정부가 오는 2022년 9급 국가·지방공무원직 800명을 고졸자로 채우기로 했다. 고졸자 취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지만 공무원 9급 시험 준비생들과 전문대생들은 결국 합격문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며 ‘역차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현장실습제도와 관련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고졸 취업연계율이 떨어지자 이를 공무원 채용으로 대체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국가·지방공무원직 고졸자 채용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려 4년 뒤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고영종 교육부 일자리총괄과장은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국가직공무원 지역인재 비율을 7%에서 20%로, 지방직공무원 기술계고 전형 비율을 20%에서 30%로 높이기로 했다”며 “지난해 국가직 9급 채용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022년에 국가직이 약 500명, 지방직이 300명으로 늘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현재 390명 규모였던 고졸자 공무원이 830명으로 4년 내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공공기관도 채용 인원의 10%를 고졸자로 채우기로 했다.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후 고졸자가 대졸자와의 경쟁에서 뒤처져 채용률이 8.5%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고졸 인재를 200명 추가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준비생(공시생)들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늘리기로 한 ‘국가직 지역인재 9급’과 ‘지방직 기술계고 경력경쟁임용’ 전형은 특성화고 졸업자와 전문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 경쟁 전형이지만, 공무원직 전체 채용규모가 4,900명대로 정해진 상황에선 특정 전형 정원이 느는 만큼 나머지 전형 정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공시생은 “오랜 기간 공무원 준비를 한 학생들에게 박탈감을 준다”며 “정책실패로 고졸 취업이 안 되는 걸 왜 공무원 채용으로 메우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현장실습제도를 ‘학습중심’으로 전환하며 규제를 강화한 탓에 참여기업이 3분의 1로 줄었고 취업연계율도 덩달아 떨어졌는데, 그 실패를 공무원 채용으로 만회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대생들도 불만이 있긴 마찬가지다. 고졸자 위주로 구성된 해당 전형이 기술직 외 분야에서 전문대생을 원천 배제하고 있어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측은 “지역인재 전형 내에서도 고졸이 우선순위를 갖게 돼 전문대졸업생들은 설 자리가 없다”고 반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졸자와 전문대생으로 제한된 시험이기 때문에 대졸 준비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사혁신처가 비율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규모를 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채용 규모도 변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