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0)였던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이 친정으로 돌아온 지난해 12월 임직원에게 강조한 것은 “돈 되는 사업만 하자”는 것이었다. 실적개선을 최우선으로 신경 쓰겠다는 얘기였다. 우 부회장이 올해 가장 큰 관심을 쏟을 사업부문은 단연 플랜트 사업이다. 지난해 기록한 1,962억원의 영업적자 중 84%가량이 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플랜트 부문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대로템(064350)은 플랜트 부문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수주심의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복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 플랜트 부문은 지난해 영업적자 1,643억원을 기록했다. 5년 연속 적자로 적자 폭도 2016년 416억원, 2017년 477억원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현대로템은 철도와 방산, 플랜트, 기타 총 4개 사업본부로 이뤄졌으며 플랜트 부문은 제철설비와 자동차설비, 환경설비 사업을 한다. 사실상 현대차(005380)그룹 계열사들의 사업장이나 시설투자 공사 등을 도맡아왔다. 현대차그룹이 폭풍 성장했던 2012년만 해도 현대로템 플랜트 부문은 효자였다. 현대로템 전체 영업익의 80%인 1,392억원을 벌어들였다. 당시 현대제철(004020)과 현대기아차 등 그룹사의 플랜트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당진 공장 정상화 및 1·2·3기 고로 사업을 도맡았으며 미국, 브라질, 터키, 체코, 멕시코 등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에 자동차 생산 설비를 납품했다.
하지만 그룹사의 물량이 감소하고 해외 공사 저가 수주 등으로 실적이 악화 되고 있다. 3,500억원에 수주한 카타르 하수처리장 사업의 경우 사업 설계변경에 따른 비용 증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 부회장은 플랜트 부문의 사업성 개선을 위해 여러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플랜트 사업 수주시 사업성과 경제성을 검토하는 수주심의위원회의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과거 플랜트 사업 수주시 공사비와 관계없이 우선 수주하는 것을 1차 목표로 두기도 했다. 하지만 플랜트 사업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돈 되는’ 공사만 수주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플랜트 부문의 연간 신규수주금액은 2016년 3분기 기준 399억원에서 2017년 3분기 294억원, 지난해 3분기 151억원까지 떨어졌다.
플랜트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손 볼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며 노하우를 쌓은 자동차 설비 수주를 강화하고 카타르 수처리 시설과 같은 턴키(EPC) 방식의 해외 수주는 적정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 중심의 선별적 수주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현대차뿐 아니라 포드·GM 등 글로벌 완성차 생산 기업에 설비를 납품한 경험이 있다.
플랜트 부문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크다. 우 부회장은 현대로템 기술연구소장 출신으로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9년 동안 맡아 플랜트 부문에 대한 이해가 높다. 현대제철은 우 부회장 재임 당시 현대로템 플랜트 부문으로부터 고로 설비를 도입했다. 플랜트 부문 직원들이 해외 수주 노하우가 쌓인 것도 큰 자산이다. 해외 사업 실패에 따라 적정 수주 단가 책정 및 원가관리 필요성에 대해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해 카타르 사업 등 해외 수주 사업의 비용 증가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점도 올해 실적 개선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