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파이낸셜포커스] 경쟁은행 전부 도입한 '페이밴드' 노조에 막혀 발목 잡힌 국민은행

■ 페이밴드 어정쩡 봉합

노사 "5년내 결정" 합의

당분간 확대 안하겠다는 의미

추가 파업 혼란은 막았다지만

"리딩뱅크 경쟁력 스스로 약화"

은행별 페이밴드 도입 현황



KB국민은행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에 최종 합의했지만 페이밴드(직급별 호봉상한제) 도입 확대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봉합을 해 내부에서도 뒷말이 나온다.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을 빌미로 페이밴드 확대를 거부하자 사측이 ‘5년 내 방안 마련’으로 물러나면서 기약할 수 없게 돼버려서다. 다른 경쟁 은행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페이밴드를 국민은행은 노조의 반대로 당장 도입 확대가 어렵게 되면서 내부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윤종규 KB금융(105560) 회장은 지난 2017년 1등 탈환 이후 만족해하지 말고 더 노력해 초격차 리딩금융이 돼야 한다고 역설해왔지만 국민은행이 노조와의 협상에서 페이밴드 확대 도입까지 양보하면서 영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는 23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서 노사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향후 5년 내 페이밴드 등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마련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당초 은행 측은 전 직급으로의 확대를, 노조는 폐지를 주장해왔는데 ‘5년 내 결론’을 내는 것으로 절충한 것이다. 페이밴드는 직급별로 기본급 상한선을 두고 하위 직급의 직원이 아무리 호봉이 높아도 상위 직급의 기본급을 넘을 수 없게 설정돼 있다. 예를 들어 차장에서 수년간 승진이 누락되면 연차가 쌓여도 더 이상 급여가 오르지 않도록 일종의 캡(모자)을 씌워놓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노사 합의를 통해 페이밴드를 시행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2000년부터 전 직급에 적용하고 있다. 일부 직급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곳도 있다. 우리은행은 2010년부터 차장급 고호봉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이고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4급(차장·과장)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도입했다. 국민은행 역시 2014년 11월 입사자인 창구직원 등 하위직인 L0(레벨O)와 L1(레벨1) 직군부터 페이밴드를 시행하고 있다. 사측은 이를 더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노조는 무한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며 반발해 계획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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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책임자급 비중이 높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심각한 편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이 오르는 구조로 직급이 낮으면서 오래 근무한 직원이 책임자보다 연봉이 높아지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직급 간 임금역전으로 직원들의 사기 문제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페이밴드는) 업무 부적격자나 성실하지 않은 극히 일부의 프리라이딩(무임승차)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는 직원 간 무한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확대 도입을 반대해왔고 이번에 사실상 관철시켰다. 이로 인해 300% 성과급 지급은 물론 내부 경쟁력을 위한 핵심 이슈로 추진했던 페이밴드 확대도 당분간 기약하지 못하게 됐다. 사측이 노조의 2·3차 파업을 막았다는 명분은 얻었지만 실리는 전혀 챙기지 못하고 앞으로 노조 입김만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된다.

2017년 9년 만에 1등 자리를 탈환했던 윤 회장은 ‘깔딱고개론’을 설파하며 완전한 1등 자리를 굳힐 때까지 조금 더 노력하자고 주장했지만 페이밴드 확대 무산으로 신한금융과의 1등 경쟁에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날 진행된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재적 조합원 1만3,829명 중 1만1,921명이 참여해 93.41%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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