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출근하다가 빙판길에 넘어져 다친 근로자가 지난해부터 개정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하석찬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출퇴근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사현장 안전반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1월 출근하는 길에 횡단보도 앞 빙판에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고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공단은 “증인들의 말이 달라 사고 경위를 믿을 수 없고 사고 전부터 A씨의 어깨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 판사는 “사고 발생 장소에 대한 목격자들의 진술이 다소 다르긴 하나 당일 출근 시간에 A씨에게서 사고 발생 사실을 들었다는 게 공통된다”며 “A씨 주장처럼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는 도중에 사고가 실제 발생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산재보상법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으로 출·퇴근을 하다 다친 경우만 보호 대상으로 삼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법이 개정돼 A씨처럼 도보나 지하철, 버스 등으로 출퇴근하다 다친 사람들도 보호받게 됐다.
하 판사는 또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사고 등으로 더 악화하거나 증상이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