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스미스 주한 英 대사 인터뷰]"브렉시트 '노 딜' 상황되면 英 FTA서 한국은 톱 시드"

'노 딜' 가능성 예측 아주 어려워

합의안 부결땐 EU FTA 효력 소멸

양국 부정적 파장 최소화 공동 노력

4차 산업혁명 관련 비전 공유

AI·미래차 등 협력 더 강화될 것

北 비핵화 지지…제재는 지속해야

1



“브렉시트 ‘노 딜(No deal)’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하지만 ‘노 딜’ 시나리오에서 한국은 영국이 최우선적으로 서둘러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할 대상국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사이먼 스미스(사진) 주한영국대사는 지난 25일 서울 정동 주한영국대사관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스미스 대사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합의안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노 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그로 인한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과 한국,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의회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Withdrawal Agreement)을 찬성 202표 대 반대 432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부결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21일 의회를 찾아 의회가 우려하는 부분을 더 담아 수정된 합의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9일로 예정된 수정안에 대한 의회 표결 전망도 밝지 않다.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는 물론 영국이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해 아예 브렉시트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노 딜 시나리오에서 경제적으로는 FTA가 중대한 걱정거리 중 하나다. 영국은 현재 EU를 통해 EU 바깥의 36개국과 FTA 관계에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기존 FTA는 영국에 더 이상 효력을 미치지 않게 되기에 영국은 양자 FTA를 모조리 새로 체결해야 한다. 합의안이 통과되면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는 EU 회원국 자격을 유지하면서 새 FTA를 천천히 체결해나가면 되지만 ‘노 딜’ 상황이 되면 새 FTA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FTA의 효력은 사라지게 된다. 즉 관세 혜택 등에 있어 ‘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스미스 대사는 “영국이 세계 각국과 양자 FTA를 맺는 일에 있어 한국은 최우선 순위”라며 “축구 챔피언스리그에 비유하자면 한국은 톱 시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과 영국, 양국의 무역 규모는 연간 180억달러 규모이고 영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5위, 한국은 세계 11위”라며 “또한 한국과 영국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과 영국 정부는 23일에도 런던에서 브렉시트 대응을 위한 한영 국장급 협의를 진행했다. 우리 측은 매년 7만명에 달하는 영국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와 100여개에 달하는 우리 진출 기업의 애로 사항 해소를 위한 영국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영국 측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양국의 교역 관계가 장애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신속한 한영 FTA 추진을 약속했다.

관련기사



스미스 대사는 브렉시트 상황과 상관없이 양국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과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혁신 산업 분야에 대해 굉장히 유사한 관점을 갖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신소재, 가상현실 기술, 미래형 자동차 등 미래 지향적 산업 분야에서는 양국이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스미스 대사는 현재 진행 중인 남북 및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며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스미스 대사는 영국 외무부 핵정책팀장을 거쳐 국제원자력기구(IAEA) 영국 대표도 지낸 적이 있는 핵 전문가다. 또 외무부 동북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직접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다. 스미스 대사는 “20년 전 영국의 평양대사관 개설 결정은 관여와 대화의 유용성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다”며 “‘북한에 대해(about)’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 끝내고 ‘북한에(to)’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은 남북은 물론 북미 간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를 굉장히 지지한다”며 “북핵과 프로그램에 대한 성공적인 협상은 수천 명의 영국인이 살고 있고 영국의 경제성장에도 중요한 지역(한국)의 안정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미스 대사는 “세계적인 여러 선례에서 보듯이 평화와 안정은 번영과 경제성장을 이끈다”며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한반도에서 이뤄진다면 새로운 평화와 번영이 시작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스미스 대사는 “영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공인하는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비핵화를 지원할 기술과 역량을 갖고 있다”며 “영국은 미국의 노력을 계속 지지하는 한편 외교적 해결을 위해 국제 사회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압력, 특히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는 최근의 진전을 가져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로 향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기 전까지는 제재를 엄격하게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 약력 △1958년 독일 출생 △영국 옥스퍼드대·대학원 졸업(언어학 석사) △1986년 영국 외무부 △1989년 주일본 영국대사관 서기관 △1992년 외무부 안보정책과 핵정책팀장 △2002년 외무부 동북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 △2004년 외무부 동북아사무국 국장△2007년 주오스트리아 영국대사·국제원자력기구 영국 대표 △2012년 주우크라이나 영국대사 △2018년 3월~ 주한 영국대사

정영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