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을 죽이거나 독을 약하게 만든 것으로 투여하면 몸 속에서 항체를 만든다. 하지만 에이즈나 에볼라와 같은 위험성과 감염성이 높은 균은 죽이거나 성질을 약하게 만들어도 위험할 수 있다. 백신 중 유전자백신은 우리 몸이 병원균을 인식하는 일종의 ‘얼굴’인 항원의 유전자 정보만을 투여해 병원균에 직접 감염될 우려를 줄인 것이다.
정문섭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장은 2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유전자 백신을 통해 메르스, 에볼라, 에이즈와 같은 고감염성 질환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전자백신은 기존 백신에 비해 강한 면역반응을 유발할 뿐 아니라, 빠른 백신 디자인 및 생산이 가능해 차세대 백신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며 “유전자백신을 개발하는 모더나 테라퓨틱스는 지난해 12월 기업공개(IPO)로 생명공학 회사 사상 최대 금액인 6억430만달러(약 6조7,500억원)를 조달했다”고 전했다.
정 연구소장은 유전자 백신과 일반 백신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빠른 백신 개발을 통한 신종 감염병 예방 효과를 꼽았다. 인체 내에서 변형될 단백질의 모양까지 계산해야 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유전자백신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플라스미드라고 하는 작은 DNA에 삽입만 하면 된다. 그동안 유전자를 세포 내로 넣을 방법이 부족해 상용화되지 못했지만, 2005년 전기천공접종법을 통해 일시적으로 세포막을 제거할 수 있게 돼 백신의 효율이 급증했다. 이 때문에 지카 등 급속도로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대응이 가능하다고 정 연구소장은 설명했다.
정 연구소장은 진원생명과학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메르스 예방 백신인 ‘GLS-5300’을 꼽았다. DNA 백신으로 현재 임상 전기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카 바이러스 예방 백신인 ‘GLS-5700’의 후기 임상 1상을 올해 하반기 마무리할 계획이며 만성 C형 간염, 자가면역질환 등에 대해서도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아울러 급성 축농증 치료제 후보물질 ‘GLS-T2R01’도 진원생명과학이 기대하고 있는 물질이다. 코 점막의 점액 분비와 항염증반응을 촉진해 부작용 없이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 빠른 개발 진행도 장점이다. 진원생명과학은 GLS-T2R01의 임상 2상을 7주만에 끝낼 예정이다. 정 연구소장은 향후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휴미라’의 DNA 치료제도 개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DNA를 몸 안에 넣으면 세포 내에서 휴미라 안에 들어있는 항체 ‘아달리무맙’을 합성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현재 고가인 바이오의약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정 연구소장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