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송아지 눈 속 깊은 우물을 본 적 있니

[시로 여는 수요일] 송아지 눈 속 깊은 우물을 본 적 있니

- 조길성(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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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에 두레박을 내려 달을 길어본 적 있니


그 달을 마시고 꽃을 토해본 적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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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 속에 들어가 한잠 늘어지게 자본 적 있니

그 잠 속에서 꿈을 불러 엄마를 만나본 적 있니

그 품에 안겨 은하 별들을 뚝뚝 흘려본 적 있니

아버님, 밤늦도록 학원 가서 선행학습 하는 손자한테 한가로운 말씀 마셔요. 요즘엔 송아지도 아무나 만나 주지 않는 거 모르세요? 현대식 축사에서 제 시간에 사료 먹고, 주사 맞아요. 눈코 뜰 새 없이 선행비육 초과달성해야 주인에게 보답하고, 아름다운 마블링 속살로 출세할 수 있어요. ‘참 맛있다’ 한 마디면 소의 일생 헛되지 앉죠. 두레박이라뇨? 지게 지고 산에 가서 선녀 며느리 보라고요? 명문대 나오면 결혼정보업체가 벨 누르죠. 꽃 속에서 늘어지게 잠 자다가 평생 백수 낮잠 자라고요? 아침저녁으로 제가 등하교 시키니, 꿈속에서는 입시 코디 쌤 만나도 서운하지 않아요. 갤럭시 캐슬이야 죽으면 누구나 다 가는 곳, 제 아들은 이 땅에서 별이 되게 할 거예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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