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한국당 전대 갈등 심화…제살깎기 우려

비대위-중진의원 회의서 의견 충돌

黃·吳 두고 "인재에 기회를" VS "기회주의자 양산"

洪 출마에 “자진사퇴하고 재도전 안돼” 문제제기

‘막강 대표’ 지도체제 문제도 재점화

김병준 “黃·吳 자격 빨리 결정할 것”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부 후보들의 자격 논란과 지도체제에 대한 우려로 내홍을 앓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피선거권 부여를 놓고 찬반이 대립하는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도 출마해선 안 된다는 공식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단일성 지도체제 따른 당 대표로의 권한 집중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31일 출마 자격을 최종 결정할 비상대책위원회의 김병준 위원장은 당내 의견을 두루 수렴해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려 당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당 대표의 권한집중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주요 후보자들과 전화 통화로라도 의견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2·27 전당대회를 둘러싼 주요 후보의 자격을 두고 중진들이 격돌했다. 전날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전대 출마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리고 비대위에 두 사람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의결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한 해석과 평가가 곳곳에서 엇갈렸다.



자유한국당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왼쪽부터)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연합뉴스자유한국당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왼쪽부터)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연합뉴스


◇黃·吳 출마 자격 논란 팽팽=
원유철 의원은 선관위의 결정을 바탕으로 신속한 추인 절차를 비대위에 강력 요구했다. 원 의원은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세를 거론하며 “이런 시기 치르는 전당대회는 그래서 더욱 당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국민에 희망을 드려야 한다”며 “높은 지지를 받는 모든 당권 주자가 참여하고 민심과 당심을 담아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에 대한 책임당원 부여를 촉구했다. 유기준 의원도 “한국당은 대선이든 총선이든 당과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인재에 출마 기회를 부여해 왔다”며 화력을 보탰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1등을 달리는 후보를 책임당원이 아니라며 배제하면 국민이 우리 당을 지지하겠느냐”며 “비대위 결정이 남았는데, 현명한 결정으로 지금의 불안정한 상태를 해소해달라”고 촉구했다.


◇자진 사퇴 洪 재도전 지적도= 당권 도전에 나선 인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심재철 의원은 “책임당원 자격 문제는 원초적 흠결”이라며 “우리 당이 이번 선거로 과거로 갈지 미래로 갈지 판가름나는데, 출발선 상의 흠결로 국민의 환호가 얼마나 모일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 자격도 문제 삼고 나섰다. 당헌 당규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당 대표직에서 자진사퇴한 자가 다시 그 직에 출마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는 “규정이 없는 것은 일반 공직선거법을 준용하는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임기 중 그 직을 그만둔 선거에는 후보자로 나설 수 없다’고 돼 있다”며 “명문 규정이 없어 출마하는 것을 막을 수야 없지만, 법 상식에 맞는지 되물어볼 만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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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왼쪽) 자유한국당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연합뉴스정진석(왼쪽) 자유한국당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연합뉴스


◇김병준 비대위 역할 비판도=
주호영 의원은 당내 일부 인사들이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책임당원 부여 문제를 놓고 견강부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일부 의원이 ‘당헌당규 상 당원이면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 의원은 “책임당원이 아니면 출마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당이 당헌당규를 분명하게 따라야지 여러 사람이 나서서 힘으로 밀고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훌륭한 인재에게는 피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향해서는 “입당 후 다 피선거권이 있다면 기회주의자만 나온다. 구정물 손에 안 묻히다가 기회 되면 나오는 거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분명한 역할 이행’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누구누구는 출마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는데, 이를 이행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느냐”며 “비대위는 과거 청산, 새 지도부의 출범이라는 역할을 끝까지 다 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지도체제 문제 재점화=당 대표에게 막강한 권한이 몰리는 ‘단일지도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홍문종 의원은 “당의 재목들이 대표 선거에 나가면 한 사람(대표) 외엔 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며 “결국 이것이 총선으로 이어져 중진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대표와 최고위원을 같이 뽑는 선거(집단지도체제)가 되어야 중진들이 지혜를 모을 수 있고, 대표 선거로 인해 사분오열될 수 있는 당 하나로 묶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지난 17일 전국위원회에서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김재경 의원도 “단일지도체제로 가면 최고위원의 권한이 너무 약하고, 막강한 권한을 지닌 당 대표가 자기 고집대로 정국을 진단하고 처방한다”며 “전횡을 어떻게 막을지 중진들이 함께 걱정하고 의견을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살깎아먹기 전대 우려=전대를 둘러싼 신경전과 의견 충돌이 깊어지면서 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 지지율이 제고되는 상황에서 자칫 내부 갈등이 격화할 경우 컨벤션 효과는커녕 ‘제살깎아먹기 전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진석 의원은 “많은 관심과 재조명을 받는 마당에 전대 분위기가 지나치게 네거티브로 흐른다거나 제살깎아먹기로 가면 안된다”며 “자중자애하면서 축제의 장으로 만들도록 협조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김병준 위원장은 “이번 전대의 갈등 요인을 최대한 줄여가는 방안을 찾아 국민의 관심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책임당원 문제는 오늘 모든 후보자로부터 전화로라도 의견을 듣고, 내일 비대위에서 논의해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 결정이 뒤집힐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관위 의결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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