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학제간 융합, 지식공유 능력 높여야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118>대학 혁신 문제는 연결성이다

대학, 산업·학제간 연결성 부족

자원 집중에도 혁신 기여 미흡

다학제 연구 가상대학 만들길




대학이 혁신 생태계의 주역이 돼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명제다. 실리콘밸리·보스턴·이스라엘·베이징·싱가포르 등 전 세계의 벤처들은 대학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른바 ‘SKY대학’ 주변에 스타트업들은 극히 미비하다. 4차 산업혁명의 혁신성장에 대학 혁신이 걸림돌이다. 대학 혁신의 ‘Why, What, How’를 살펴보려는 이유다.


첫 번째 질문은 왜(why) 대학 혁신인가다. 창조경제연구회(KCERN)의 혁신 생태계 조사에 따르면 대학의 혁신 기여 비중은 기업·금융·정부·민간지원에 이어 마지막이다. 지역 혁신의 저해 요소로는 금융에 이어 두 번째로 대학이 지목됐다. 그렇다고 대학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적은 것은 아니다. 기술진흥원(KIAT)에 따르면 대학 연구개발비는 60억달러 규모로 세계 8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대학의 사업화 비율이 4.4%로 국가 전체의 20%와 기업의 47%에 비해 현격히 낮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대학 혁신 역량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한다.

문제는 대학의 혁신 역량 부족이다. 그 결과 대학 연구에 대한 민간 투자의 비중은 지난 2000~2013년 무려 27% 감소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빈틈을 정부 연구비 지원으로 메꾸고 있어 대학 연구의 관료화가 확대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학 연구에 많은 자원이 집중되고 있으나 실제로 혁신 기여는 미흡해 대학과 사회가 유리되고 있다는 것이 한국 혁신 생태계의 아픈 점이다. 문제는 산학협력이다.


부진의 늪에 빠져드는 산학협력의 문제는 대학인가, 산업계인가. 기업가는 사업 기회만 있다면 아프리카 오지도 누비고 다닌다. 산학협력 성과가 만족스러우면 정부가 하지 말라고 해도 기업은 대학을 찾아 혁신을 추구한다. 대학의 혁신 역량 부족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문제 해결로 가는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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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부족한 혁신 역량은 무엇인가(what)에 대한 질문을 해보자. ‘혁신은 연결’이라는 명제는 고(故)스티브 잡스의 인용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된 바 있다. 한국 대학 혁신의 문제는 연결성 부족이다. 대학교수에 대한 높은 사회적 인식과 대우로 대한민국의 우수 인력들은 대학으로 몰려갔다. 당연히 대한민국 대학교수들의 개별적 역량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에서 혁신은 개별 역량이 아니라 연결 역량에 달려 있다. 지금 대학은 중세 유럽의 성과 같이 개별적인 성을 쌓고 학술지 논문에 매달리고 있다. 즉 대학 혁신에 부족한 점은 바로 대학 내 학제 간 융합과 산업계와의 연결성이다.

세 번째 질문은 연결성 문제 해결은 어떻게(how) 하느냐다. 학제 간 융합과 산업계의 개방혁신은 모든 대학이 내세우는 최우선 구호다. 그런데 거의 모든 지역의 설문조사에서 대학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난다. 문제는 연결의 방법론이다.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목표를 설정하면 이뤄지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대학교수와 대학과 국가의 이해관계를 선순환시키는 비전이 필요하다. 글로벌 인재포럼 등의 주제는 한마디로 다학제 연구인데 대부분의 대학은 연결비용이 높은 오프라인 조직에서 연결을 공허하게 부르짖고 실제로 개별 교수들은 개별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개별 교수와 연구실의 경쟁력이 아니라 연구실 간의 연결성에 따른 지식 공유 능력이 대학의 경쟁력이다. 그 대안으로 클릭 한 번으로 다학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가상 대학(virtual university)을 제시한다. 연결비용이 한계비용 제로에 수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은 블록체인으로 가능하고 기존의 지식을 공유해 더 큰 혁신을 만들어 나누는 구조가 대학 혁신의 방향이다.

산학협력으로 연구 혁신과 교육 혁신이 삼위일체로 융합되는 기업가정신 대학이 대학 혁신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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