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혈세로 '철새공항' 더는 짓지말아야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4대강·F1경주장 등 SOC잔혹사

예타면제 새만금서 재현 우려

경제성 등 성공가능성 먼저 따져

설득력 있는 균형발전 추진해야




지난 29일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이 발표됐다. 발표 이전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발표 이후 예타면제 사업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듯하다. 야4당은 시도별로 배분된 예타면제 사업의 진행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같이 토건사업으로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는 행태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이번 예타면제 사업의 선정과 진행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큰 그림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진 선택임을 주장하고 있고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사업을 지원받은 지자체장들은 모두 자신의 업적인양 홍보하고 있다. 무엇이 논란을 이리 뜨겁고 길게 만드는 것일까.


그 가장 깊은 뿌리에 예타를 피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고 진행됐던 이명박 정부의 22조원 4대강 사업에 대해 국민들이 지닌 트라우마가 있음은 명백하다. 이 밖에도 철새들로 인한 비행안전 문제를 고민할 필요도 없는 양양국제공항 및 청주국제공항, 8,000억원을 들였음에도 지붕이 뜯어진 채 방치되고 있는 영암 F1경주장 등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참담한 실패를 국민들은 너무 자주 경험했다. 모두가 상향식(bottom up)으로 선정된 그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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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선정된 예타면제 사업의 면면을 보면 과거 경험에 근거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사업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언제 토지가 조성될지도 모를 새만금에 비행기가 아닌 철새만 날아들지도 모를 공항을 급하게 1조원 가까이 들여 지어야 하는지, 남북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불확실한 국면에서 황해도로 진행될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도로를 접경지역 균형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지금 꼭 건설해야 하는지, 비전문가인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각 사업의 필요성·시급성·경제성뿐만 아니라 균형발전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 사업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런 의문에 대해 전문가적인 판단과 그 근거를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이 예비타당성조사의 기본적인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정말 급한 사업이라면 예타의 진행속도와 우선순위를 높여주면 된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모호한 목표가 모든 것을 정당화시켜 줄 수 없다. 지역 숙원사업은 최소한 실패는 하지 말아야 국토균형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성공의 가능성 정도를 따져보는 것이 예타의 경제성 분석이다.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이슈는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목표가 정치적 행정단위별로 요구되는 숙원사업을 진행시킨다고 해서 달성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수도권 규제를 통한 접근방법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시기 시작된 행정복합도시를 넘어선 혁신도시는 좀 더 적극적인 지역균형발전 전략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초기의 구상과는 달리 각 시도별로 나눠먹기 게임으로 전락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국토계획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성공적인 지역균형발전은 좀 더 정제된 3~4개의 지역거점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지금까지 확대된 SOC 투자로 공간적인 접근성이 향상된 국토에서는 규모가 큰 도시로 경제적 활동이 집적되는 효과가 더 강하게 발생한다. 인구축소기를 앞둔 현시점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따뜻한 목표가 성공적으로 달성되려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조금은 차가운 접근이 필요하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의 나눠먹기식 지역 숙원사업의 진행이 더 이상 국토균형발전을 달성하는 수단이 아닐 수 있다. 그런 문제점을 거를 수 있는 최소한의 절차로서 예타의 필요성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국민의 혈세로 철새들을 위한 공항을 짓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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