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단을 두고 여당에서 맹비난을 퍼부은 것과 관련해 법조계의 입장이 둘로 쪼개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우군으로 평가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를 탄핵소추 대상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대한변협은 “사법부 독립 침해”라고 강력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지사의 선고에 대해 “적폐 세력의 보복 판결”이라며 사법부와 김 지사의 재판을 담당한 성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성 부장판사가 과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점을 재판 결과와 연관시켜 “보복 판결”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민변도 지난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한 탄핵소추 대상 판사 명단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성 부장판사도 대상에 포함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성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재직할 당시 형사 수석부장에게 관련 비밀을 누설한 정황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변협은 집권 여당이 법치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지난 31일 성명을 통해 “어느 판결이든 불이익을 받은 당사자는 재판에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 헌법상 독립된 재판권을 가진 법관의 과거 근무 경력을 이유로 특정 법관을 비난하는 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변협은 또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하며 판결에 대한 불복은 소송법에 따라 항소심에서 치열한 논리와 증거로 다퉈야 한다는 게 법치국가의 당연한 원칙”이라며 정치권에 냉정한 대응을 당부했다. 서초동의 변호사들도 “이번 정권은 정권에 유리한 판결이 나와야 정당한 것인가”라고 되묻거나 “외부에서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는 등 우려를 표했다.
당사자인 법원 내에서는 ‘너무 한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이런 식으로 과거 이력까지 끌어다 붙여서 비난하면 앞으로 누가 소신껏 형사 재판을 하려고 하겠는가. 이건 정권 눈치 보라는 얘기밖에 더 되는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지방의 한 판사 역시 “본인들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했다고 보복성 판결이라고 비판하는 건 지나치다”고 우려를 드러냈고,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 역시 “법관이 증거에 따라 판결한 데에 왈가왈부할 건 아니다”라며 재판 결과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관들의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1일 오전 9시 출근하면서 성 부장판사에 대한 정치권의 공격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혹은 재판을 한 개개의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상 보장된 재판 독립의 원칙이나 혹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며, 성 부장판사에 대한 정치권 등의 도 넘은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