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내규 조항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법원 내 기존 판사들과 로스쿨 출신 판사들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이 된 조항을 유지할 것인지, 삭제할 것인지를 두고 중앙지법 전체 판사를 대상으로 투표에 부쳤으나 투표 결과마저 박빙으로 나타나면서 상황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위원회는 지난 1월30~31일 이틀간 법원 전체 판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고 72%인 237명이 참여했다. 안건은 △기존 ‘법조 경력 정의’ 조항 유지 건 △‘간주 배석판사 기간’ 조항 유지 건 △ 합의재판부 부장판사 보임 시 ‘고충처리위원회’ 결과 등 반영 여부 등 세 가지였다.
첫번째 안건인 기존 ‘법조 경력 정의’ 조항 유지 건부터 양측 입장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하자(123명)’는 의견이 51.9%, ‘삭제하자(114명)’는 의견이 48.1%였다. 단순 비율 수치로만 보면 유지하자는 입장이 절반을 넘어 변호사시험 1회 출신 판사가 사법연수원 42기 출신 판사보다 선배로 인정됐다.
현재 조항에 따르면 변호사시험 합격일 또는 사법연수원 수료일부터 변호사 자격이 생기고 법조 경력이 시작된다. 이 조항이 유지될 경우 변시 1회 출신 판사가 사법연수원 42기 출신 판사보다 법조경력이 길다. 앞서 연수원 42·43기 판사들은 “(변시 1회와) 판사로 임용된 시점은 2016년으로 동일하므로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며 수정안을 올렸으나 변시1·2회 출신 판사들은 조항 삭제가 부적절하다며 성명서를 내고 맞섰다.
중앙지법 판사는 “유지 의견이 50%를 넘었으므로 기존대로 유지되겠지만 당분간 앙금은 해소되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사법고시가 이미 사라졌으니 향후 몇 년 간 과도기를 잘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주 배석판사 기간’의 두번째 안건 역시 결과는 비등하게 나타났다. 237명 중 46.8%인 111명이 ‘유지하자’고 답했지만 삭제하자는 의견도 113명(47.6%)이나 응답했다.
이 안건은 변호사·검사 등 외부에서 일하다가 경력판사로 임용된 판사들의 경우 법원 이전의 근무 경력을 배석판사 기간으로 어느 정도 인정해줄 것인지의 문제다. 현재 조항으로는 3분의1을 인정한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 변호사로 6년 일하다가 경력판사로 임용된 경우 배석판사로 2년 일했다고 쳐준다.
중앙지법 단독재판부의 재판장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배석판사 기간이 필요하다. 당초 로펌이나 외부 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임용돼 법원에서 일한 판사들은 “배석판사 기간이 외부 근무보다 힘들다”는 이유에서 3분의1만 인정해주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사시 폐지 이후 앞으로는 모두 경력판사가 임용되게 된 만큼 이번에 다시 안건으로 올라왔다.
로스쿨 출신의 서초동 중형로펌 변호사는 “배석판사 업무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3분의1만 인정해주는 것은 판사들의 옹졸한 행태”라며 “외부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판사로 들어가면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로스쿨의 도입 취지 아니었느냐”고 되물었다.
합의재판부 부장판사 보임 시 ‘고충처리위원회’ 결과 등 반영 여부에 대해서만 다수의 의견이 일치했다. 판사들이 선배 판사로 인해 힘들어 하거나 갈등을 겪을 때 ‘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 상담하도록 돼 있다. 현재 조항에 따르면 합의부 재판장으로 보임하는 경우 인사평가에 이 고충처리위원회 내용을 반영하도록 돼 있다. 237명 중 70.8%에 달하는 168명이 해당 조항을 유지하자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