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을 뒤집은 데는 안 지사가 올린 페이스북 사과문이 결정적이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5일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방송을 통해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자 다음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했다. 그는 이어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법정에 선 안 전 지사는 해당 사과문을 번복했다. 안 전 지사측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나 추행은 그런 행동 자체는 있었지만, 의사에 반한 것이 아니었고 애정 등의 감정하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합의된 성관계’였단 안 전 지사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글을 게시해놓고선 자신이 직접 게시한 글의 문헌상 의미를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 호텔 투숙 경위 등에 대한 진술을 계속 번복했다”며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안 전 지사가 사건 이후 재차 김씨에게 “미안하다”, “잊으라”는 등의 말을 한 부분도 유죄의 증거가 됐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도 피해자에게 지속해서 미안하다고 말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는 간음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점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에서는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을 “피해자의 심정을 다독이고 무마하여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저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한편 도지사와 비서라는 지위와 20살 이상의 나이 차이에서 오는 사회적·도덕적 죄책감에 따른 사과라고 볼 측면도 없지 않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