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공식 석상에서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등장하면서 정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평소 안경을 잘 쓰지 않는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일 정기국회에 출석해 검은 뿔테안경을 끼고 등단했다. 그러자 다음날 일본 조간에서는 일제히 그의 패션을 주목하는 기사가 실렸다. 안경을 착용한 그의 모습이 부친을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부친은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이다. 일제 시절 무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며 반전과 평화주의를 주창했던 아베 간의 아들로 태어났다.
신타로 전 외무상은 마이니치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1954년 당시 외무상이던 기시 노부스케의 비서로 정치에 몸담았다. 신타로는 훗날 기시의 장녀와 결혼해 세 아들을 낳았는데, 둘째가 아베 총리다.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가 되는 기시는 A급 전범 용의자였으나 태평양전쟁 막판에 도조 히데키 당시 총리와 대립한 점 등이 참작돼 기소되지 않고 풀려났다. 기시는 이후 총리 자리까지 보수우파의 대부로 명성을 날리다가 미국과 신 안보조약 체결을 반대하는 대규모 군중 시위(안보투쟁) 여파로 불명예 퇴진했다.
신타로 전 외무상은 주변에서 ‘기시의 데릴사위’라는 말을 가끔 듣곤 했는데 그 말을 무척 싫어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베 간의 아들’의 아버지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일본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검은 뿔테안경이었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아버지의 상징이었던 검은 뿔테안경을 쓰기 시작한 배경에 관심을 두고 있다. 친할아버지보다 외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우경화와 군국주의로의 회귀 움직임을 보였던 행보에 변화를 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