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카카오·넷마블 가세…'쩐의 전쟁' 넥슨 인수전 4대 관전 포인트

국내 기업 VS 해외 기업 구도 완성

인수나선 기업 모두 "시너지 커" 판단

카카오·넷마블, 돈 마련 방식도 관심

텐센트, '반중 감정' 피할 해법 있을까

넥슨 인수전에 넷마블과 카카오(035720) 등이 속속 가세하며 과연 넥슨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쩐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넥슨 인수전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1차 관전 포인트는 인수주체가 국내 기업이 될지, 외국계 기업이 될 지다. 또 하나는 몸집이 큰 매물을 인수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이 어떻게 연합전선을 구축할 지다. 국내 게임 산업 생태계가 중국 자본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 인수 후보인 텐센트가 직접 인수에 나설지 우회 인수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국내 기업 VS 해외 기업 구도 완성


지난 한 주간 카카오에 이어 넷마블까지 넥슨 인수를 공식화하며 넥슨 인수전에 나선 인수후보군의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났다. 이달 21일 예비입찰의 결과가 나와야 정확해지겠지만, 현재까진 국내에서는 카카오와 넷마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고, 해외에서는 처음부터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돼 온 중국의 초대형 IT기업 텐센트와 사모펀드 KKR과 칼라일, TPG, 실버레이크 등이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넥슨 매각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게임 산업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넥슨을 외국계 자본에 넘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IT 업계를 중심으로 힘을 얻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전의 가장 큰 관심은 과연 국내 기업이 넥슨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게임 산업 생태계를 지켜낼 수 있을지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국내 인수 후보군 중 넷마블의 경우엔 아예 생태계 보전을 인수 배경으로 내세웠다. 넷마블 관계자는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라며 “해외에 매각될 경우 한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국내 게임산업의 주도권을 다른 나라에 내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넥슨이 매물로 나온 지난달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하며 해외 큰손들의 인수전 참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후보들, 넥슨에 관심 보이나

인수후보군 중 재무적 투자자를 제외한 전략적투자자는 넷마블과 카카오, 텐센트 정도다. 넷마블과 카카오, 텐센트는 모두 넥슨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게 IT업계의 평가다. 국내 2위 게임업체인 넷마블은 모바일게임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온라인게임에 강점을 가진 넥슨을 인수하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넷마블이 기존에 넥슨이 보유한 IP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할 수도 있고, 두 회사 모두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이 부분에서 시너지를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애타게 찾는 확실한 지식재산권(IP) 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카카오 역시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는 캐주얼 게임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카카오톡 등을 통해 넥슨의 캐주얼 게임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텐센트의 경우, 넥슨을 인수하면 당장 연간 1조 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중국시장에서 던전앤파이터로 벌어들이는 돈을 넥슨코리아 자회사 네오플에 매년 1조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정현 한국 게임학회 회장은 “매년 넥슨에 1조원씩 로열티를 줘 온 텐센트 입장에서 넥슨 인수는 매력적인 카드”라며 “넥슨을 인수하면 한국과 일본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넷마블, 자금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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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전에 참전하는 기업이 늘수록 인수 대상인 넥슨의 몸값은 높아진다. 인수대상은 김정주 NXC 대표가 가진 지주회사 NXC의 지분(지분율 67.49%)이다. 시장에선 넥슨코리아와 관련 자회사의 경영권을 모두 포함한 이 지분의 가치를 8조~10조 수준으로 보고 있다. 넥슨의 국내 인수 후보인 카카오와 넷마블의 경우, 단독으로 이같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마련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카카오의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5,008억원 가량이며, 넷마블도 1조 6,502억원에 불과하다. 두 회사 모두 현금화 가능한 증권들을 매각해도 단독으로는 3조원을 만들지 못할 거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때문에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연합 전선 구축이 불가피한데, 이 구도 역시 관심사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단 카카오와 넷마블이 손잡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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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넷마블과 카카오는 모두 금융 자본과 손잡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며 “두 회사가 서로 연합할 가능성도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인수 후까지를 내다보면 두 회사가 같이 인수하게 될 경우, 추후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넷마블의 경우 인수 배경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 보전을 내세운 만큼 결국 국내 재무적 투자자와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의 경우, 국내는 물론 외국계 자본과도 협력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미국계 사모펀드인 TPG가 5,000억원을 태우며 지분 30%를 보유한 상태이며, 카카오페이도 알리페이의 모회사인 앤트파이낸셜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해외자본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해왔다.



◇中 공룡 ‘텐센트’ 직접 나설까

IT업계에서는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이자 자금력 면에서도 가장 여유가 있는 텐센트가 카카오나 넷마블을 통해 우회 투자하는 데 그칠지, 직접 투자에 나설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17조원을 넘는 현금을 들고 있다. 다른 기업이나 재무적 투자자와 협력은 물론 단독으로도 충분히 직접 인수가 가능한 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텐센트가 중국 자본 직접 유입에 대한 국내 IT업계의 반감을 우려해 우회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 어떤 경우 등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텐센트의 지배력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텐센트는 넷마블의 지분 17.7%, 카카오의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가 직접 인수에 나설 경우 국내 게임업계의 급격한 중국 시장 종속이 불가피한 만큼,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의 미래를 위해 삼성전자 등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국내 업체가 연합전선을 구축해 인수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투자 설명서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넷마블과 카카오 등과 비교해 넥슨을 인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지 않은 만큼 당장 관심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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