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을 오는 11일 재판에 넘긴다. 검찰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할 계획이다. 특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00여명에 대한 기소 여부도 결정할 터라 이르면 이달 중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6일 양 전 대법원장을 서울구치소에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번 설 연휴 기간 중 처음으로 그를 불러 40여개에 이르는 혐의에 대해 캐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진술에는 응했지만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했으나 별다른 진술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농단 의혹의 한가운데 있는 두 사람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도 양 전 대법원장 기소를 앞두고 추가 조사보다는 공소장 작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은 이달 12일까지다. 게다가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기소하고 국회의원 재판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지난달 추가 기소한 임 전 차장에 대해서도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실행에 가담한 혐의를 추가해야 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을 11일 재판에 넘길 방침”이라며 “이후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가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재판거래 등이 거론된 정치인의 경우 이들을 재판에 넘긴 뒤 처리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법농단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의혹 등 대기업 수사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기업 수사는 다음달 초에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 마무리와 11일 검사 부임 등 인사가 맞물려 있어서다. 그동안 주말도 없이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매달리며 쌓인 피로감도 부담 요소다. 최근 한 검찰 간부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휴식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