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000880)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설립된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이 최근 반년 사이에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며 실탄 장전을 완료했다. 대부분의 투자 금액을 미국 현지 법인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인 만큼 북미시장에서 인수합병(M&A)대상을 찾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공격적인 북미시장 투자로 한화그룹의 핵심 사업인 태양광을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양한 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은 지난달 25일 모회사인 한화종합화학으로부터 유상증자형태로 112억원을 출자 받았다. 한화종합화학은 지금까지 유상증자 형태로 한화종합화학글로벌에 다섯 차례 출자했으며 누적 출자금액만 2,106억원에 달한다.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은 지난해 6월 한화종합화학의 100% 자회사로 설립됐으며 당시 한화솔라파워 출신의 차문환 상무가 대표를 맡았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차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올해부터는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에서 태양광 소재 부문 및 전략기획을 담당했던 유문기 상무가 대표를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의 역대 대표 이력 등을 고려해 볼 때 그룹 주력인 태양광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한 북미지역 현지 업체 인수 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은 미국 법인인 한화종합화학USA(Hanwha General Chemical USA Corp)에 최근까지 1억7,255만 달러를 출자하는 등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미국 법인에 출자했다. 한화 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화큐셀은 연내 미국 조지아 주에 1.6기가와트(GW) 수준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설립하는 등 그룹 차원의 미국 태양광 시장 공략 방안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초 수입산 태양광 모듈과 셀 등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만큼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미국 내 사업이 필수다.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은 또 싱가포르 현지법인(Hanwha General Chemical SG PTE. LTD)에 지난달 1,200만 유로를 출자해 아시아 에너지 시장 공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 그룹 관계자는 “한화종합화학 글로벌 투자 방향 등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으며 현재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 물건 등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의 활약이 한화그룹의 향후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모회사는 지분 39%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이며 한화에너지 지분 100%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지분 100%를 보유중인 에이치 솔루션이 갖고 있다. 한화 그룹 3세 후계 구도가 완성되려면 이들 3형제가 에이치솔루션 지분을 매각해 ㈜한화 지분을 매입하거나 에이치솔루션과 ㈜한화 간 합병을 통해 3형제의 ㈜한화 지분을 높여야 한다.
특히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안이 완성되려면 한화종합화학의 몸값이 보다 높아야 한다. 한화종합화학은 그룹 내 핵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화토탈을 자회사로 보유 중이지만 주력 사업인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시황 악화 등으로 자체 성장동력 개발이 절실하다. 한화종합화학글로벌의 투자 실적에 한화 그룹의 후계 구도 등이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