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001040)그룹이 상반기 중 미국 냉동식품기업 쉬완스 인수가 종료되면 기존의 ‘비비고’ 브랜드 대신 아시안 푸드를 미국식으로 현지화한 쉬완스의 기존 브랜드인 ‘파고다’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현지 인지도가 낮아 추가 투자가 필요한 비비고 보다는 시장에서 잘 알려진 파고다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식품 계열사인 CJ제일제당(097950)은 올해 상반기 쉬완스의 인수를 마무리한 후 미국 식품 주류 시장에 진출할 전략으로 아시아 제품군 1등 브랜드인 쉬완스의 ‘파고다’를 적극 활용할 방침을 세웠다. 파고다는 크림 치즈를 만두피로 싸 튀긴 ‘크림 치즈 완탕’, 게살과 크림 치즈를 만두피로 싼 ‘크랩 랭군’ 등 미국식으로 현지화된 아시안 푸드를 판매하는 냉동식품 브랜드다. CJ는 이미 월마트·코스트코 등 대형 마트 대부분에 진출해 현지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파고다 제품에 한국 식품을 활용한 다양한 신제품 라인업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미국 내에서 널리 소비되고 있는 파고다 브랜드에 CJ제일제당이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더할 경우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이로써 최근 미국 내 불고 있는 아시안 푸드 열풍에 힘입어 순조롭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CJ는 대형마트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주문 제작하는 OEM 생산도 확대할 방침이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의 대형마트 역시 이마트 등과 마찬가지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PB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 쉬완스 역시 코스트코·월마트 등과 손잡고 PB 브랜드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덕분에 매대 공간도 추가로 확보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쉬완스 인수를 통해 생산시설이 기존 5곳에서 22곳으로 대폭 늘어난데다 추가 신공장도 건축 중인만큼 맛·품질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제품을 생산해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CJ가 그룹 내 핵심 브랜드인 ‘비비고’의 현지 점유율 확대를 우선 과제로 두지 않은 배경에는 대규모 인수합병(M&A) 후 불안정해진 재무 구조를 빠르게 해소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쉬완스컴퍼니의 주식 99.98%를 18억 4,000만 달러(한화 약 2조 8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인수 자금 대부분을 자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경우 수년 전부터 인수합병을 거듭하는 등 공격적 투자를 감행한 탓에 지난해 3·4분기 기준 차입금이 8조원에 이르는 등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자칫 회사의 신용 등급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서 ‘비비고’ 브랜드 확장을 위한 추가 투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한식이 인기를 끌고 비비고 만두 매출이 급증하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동부·서부 대도시에 한정된 현상”이라며 “‘비비고’ 브랜드를 알리기보다 현지 입맛에 맞춘 신제품 개발과 유통망 확보 등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