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디테일의 함정’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작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은 70년 가까운 양국 적대 관계의 전환 측면에서 갖는 ‘역사성’과 ‘상징성’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합의 내용은 다소 추상적이라는 지적이었다. 합의문(공동성명) 제1항에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공약’, 2항에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노력 동참’, 제3항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향한 노력 공약’ 등의 테마를 담았는데, 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
북미는 판문점과 싱가포르 현지에서 회담 직전까지 실무협상을 벌였지만 미국이 요구한 이른바 ‘프론트 로딩’(front loading, 핵무기와 핵물질 등의 조기 반출)과 핵사찰단 복귀 등 초기 단계 이행 조치는 합의문에 담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상응 조치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한 차례 취소했다가 다시 개최하기로 하는 등 곡절 속에 양측이 정해놓은 ‘시간’에 쫓기며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에 합의하지 못한 탓이었다.
1차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에 개최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런 구체성의 구멍을 메울 실질적인 합의를 만들어 냄으로써 협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데 북미 정상이 동의했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정상회담 날짜를 받아 놓고, 충분하다고 장담키 어려운 시간 동안 쟁점 관련 절충에 나서는 상황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국민을 설득할 만한 결과를 얻어야 할 절실한 필요가 있는 만큼 최소한 영변 핵시설을 중심으로 한 비핵화 초기 단계 조치와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인도적 지원 등을 주고받는 합의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다. 6일 평양에서 협상을 시작한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는 정상회담 때까지 남은 20일 동안 양국 정상의 기대치를 합의문의 활자로 만들어 내기 위해 밀도 있는 협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정상회담 때처럼 시간에 쫓겨 구체성을 희생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시한을 명시한 상세한 이행 계획 없이 이행할 조치들의 아이템만 나열하고 후속 협상에 넘기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핵무기 신고와 검증, 폐기, 북미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의 최종 목표지를 합의문에 담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이 또다시 교착될 경우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사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건 특별대표와 김 전 대사의 실무협상 결과에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북한이 작년 한미 양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진 우라늄 농축시설 포함 영변 핵시설 폐기와 사찰단 수용, 국제 참관단 입회 하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과 그에 대한 미국 측 상응 조치의 조합을 만드는데 우선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속해서 요구하고, 미국은 난색을 보여온 제재 해제 또는 완화 문제를 놓고 양측이 어떤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최대의 ‘승부처’로 꼽힌다.
그리고 양측이 정상회담 후 곧바로 취할 구체적 이행조치 뿐 아니라 포괄적 북핵 신고와 검증, 핵물질과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북미수교, 평화협정 체결 등 다음, 다다음 단계에 논의할 아이템들을 합의문에 어떤 식으로 담을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