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금융

대출처 확보에 비상 걸린 은행…자금운용 패턴에도 변화 바람

■부동산시장 냉각에 금융사 특판 실종

예금 잔액 한달에 7조원 증가

무리한 특판 없이도 조달 용이

"조달보다 대출처 없는게 걱정"

가계대출 규제와 부동산시장 냉각이 은행들의 자금운용 패턴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은행의 경우 가만히 있어도 자금이 몰리다 보니 매달 예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저축은행은 연초부터 고금리 특별판매를 접었다. 은행들이 몰리는 자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지만 정작 대출 수요처를 찾지 못해 비상이 걸린 셈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05조5,474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7조1,603억원이나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단기상품인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관망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도 2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71조3,798억원으로 전달 대비 1조153억원 증가해 한 달 만에 증가폭이 4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2조3,678억원 증가한 407조4,84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11~12월 주담대 잔액이 4조원 넘게 증가했던 것에 비해 증가폭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여름 불었던 부동산시장 열풍이 9·13대책을 기점으로 가라앉으면서 시차를 두고 주담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일률적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총량 증가세는 줄었지만 대출 실수요자도 손발이 묶였다”면서 “금융당국이 개개인 차주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대출 규제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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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도 대출 수요 감소로 외형성장은 고사하고 경영전망마저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정기예금이 높게는 2.7%의 금리를 제공해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금리(2.46%) 대비 0.24%포인트나 높다. 인터넷은행만의 편리성과 대중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저축은행은 인터넷은행과의 수신 확보 경쟁에서 밀려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특판을 출시하지 않는 이상 저축은행은 예금금리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동시에 대출을 내줄 곳이 없는데 예금을 적극 확보할 이유도 없으니 결국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외형성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의 경영 위기감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다.

저축은행 대표들이 지난 1월25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해달라”고 외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이 작용했다. 지역 소재 저축은행들의 경우 상호금융 및 지방은행들이 영역을 계속 침범하며 ‘파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길게는 4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지역 저축은행들은 그동안 개인사업자 및 중소기업에 집중해 밀착형 금융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갈수록 경영환경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지업종을 지정해 저축은행 영역을 보호해줬는데 지금은 시중은행이나 상고금융·농협 등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예보료 인하나 금지업종 재지정 등 규제 완화 목소리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규제로는 저축은행의 생존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가계대출을 막아놓다 보니 기업대출을 일제히 확대하면서 기업대출 심사인력 품귀 현상도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도 국내보다 동남아시아 등 해외진출을 확대하면서 신규 대출처 확보에 나서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손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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