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대오의 보수 대통합과 혁신으로 내년 총선에서 저들(문재인 정부)을 응징하고 그 힘으로 정권을 탈환하자”며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출마 선언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자기반성과 변화를 강조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당은 물론 보수진영의 민감한 현안인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작심하고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오 전 시장은 “국민적 심판이었던 탄핵을 더는 부정하지 말자”며 “이제 우리는 ‘정치인 박근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오 전 시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친인척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스스로 ‘나를 버려라’라고 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그런 결기가 없었다면 폐족으로 불렸던 그들이 지금 집권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도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 전대 국면에 (사면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 같은 행보에는 탄핵 국면에 당을 나와 바른정당에 몸을 담았었다는 내부 공격을 차단함과 동시에 본인의 강점인 개혁 보수 이미지를 띄우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치부로 기록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사과하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는 “한꺼번에 시장직까지 걸었던 점을 머리 숙여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평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똑같이 나누는 사회’는 지금도 반대한다”며 “내가 모든 것을 다 걸고 싸울 때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숨어버렸던 정치인들의 보신주의와 비겁함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본인의 약점을 먼저 드러낸 뒤 보신주의를 비판하는 ‘역공’을 편 셈이다.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묵직한 견제구를 날렸다. 정당 정치 경험이 없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향해서는 “과감한 개혁은 정치 초년생이 할 수 있는 과업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고 홍준표 전 대표를 겨냥해서는 “처참한 패배를 자초한 분에게 다시 맡길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