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기름기 뺀 신라면...시장 트렌드 바꾼다

2년여 연구끝 면·스프 완벽조합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칼로리 70%로 낮춰 건강 살리고

스프는 재구성...고유의 맛 지켜

2세대 '블랙' 이어 3세대면 출시




지난 2011년 신라면의 맛을 보다 깊고 진하게 구현한 ‘신라면 블랙’으로 국내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문을 열어 젖힌 농심(004370) 연구소는 신라면 블랙의 대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곧장 새로운 맛 연구에 돌입했다. 날로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건강·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으로 라면을 외면하기 시작한 소비자들까지 사로 잡을 신제품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선택된 것이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비유탕면)을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건면을 활용하면 칼로리를 일반 라면의 약 70%인 350 칼로리까지 낮출 수 있어 평소 라면을 덜 먹거나 먹지 않는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또 신라면 블랙이 깊고 진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만족했다면 이번에는 반대편에 선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필요했다. 국내 최초로 건면을 개발한 기업으로서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최근 건면 시장이 연 20~30%씩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도 맞아 떨어졌다. 면을 통째로 바꾸면서도 신라면 고유의 맛을 살린 ‘신라면건면(Non-Frying, 乾麵)’은 이렇게 탄생했다.


7일 출시된 ‘신라면건면’은 맛과 품질, 칼로리 등 여러 측면에서 기존의 신라면, 신라면 블랙과도 크게 차별화된다. 농심이 ‘3세대 신라면’이라며 자부심을 가지는 이유다. 신제품 개발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기름에 튀긴 유탕면을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바꾸면 국물 맛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 신라면의 맛을 지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연구소는 2년에 걸친 연구개발과 2,000번이 넘는 관능검사(오감으로 식료품 등의 품질을 평가하는 일)를 통해 신라면의 맛과 건면의 완벽한 조합을 찾아냈다. 특히 신라면 본연의 국물맛을 내기 위해 스프는 완전히 새롭게 조정됐다. 고추와 마늘, 후추 등 다진양념과 소고기엑기스를 재구성해 스프의 기본이 되는 소고기육수부터 다시 구성했고 신라면 감칠맛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표고버섯을 보강해 맛의 조화를 높였다. 신라면 특유의 깊은 풍미는 조미유로 완성했다. 양파와 고추 등을 볶아 만든 야채 조미유를 별도로 넣어 국물의 맛과 향을 끌어올린 동시에 유탕면보다 부족할 수 있는 면과 국물의 어울림도 해결했다. 건면 특유의 쫄깃함을 극대화하고 가격도 봉지당 1,000원으로 책정해 소비자 부담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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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신라면건면의 출시를 통해 정체된 국내 라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농심 한 관계자는 “신라면 브랜드는 국내 최초 매운 맛 라면으로 출시돼 시장을 평정했고 2011년 ‘신라면블랙’을 통해 높아진 소비자 입맛을 만족시키며 ‘프리미엄 라면 시대’를 여는 등 늘 라면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해왔다”며 “신라면건면도 시장을 선도하고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업계는 신라면건면의 성공을 통해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는 국내 건면 시장이 더욱 크게 확장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닐슨코리아 등에 따르면 국내 건면 시장은 2015년 629억원에서 지난해 1,200억원 규모로 올라서 약 4년간 87% 성장했다. 아직은 2조원 규모에 이르는 국내 라면 시장의 5% 수준에 그치지만 향후 전체의 20% 수준까지 성장하리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농심 역시 오는 2020년까지 건면 매출을 지금의 2배 수준인 1,000억원대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의 진화는 궁극적으로 국내 라면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건면 시장뿐 아니라 정체기에 돌입한 국내 라면시장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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