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등에 따른 경기침체와 영업부진으로 상여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해고의 추억을 곱씹으며 눈물이 비수처럼 폐부를 찔러도, 민족의 큰 명절 설을 맞아 고향은 다녀와야 하는 것.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붉은 백라이트를 예수님 탄생하신 날에 동방의 현자를 말구유로 이끌어준 샛별인양 생각하며 귀향길을 재촉하는 우리네 허다한 민초가 안주 삼아 내놓은 “한때 내가 이랬는데…”식의 과거 추억거리는 자랑이라기보다 애처롭게 허공에 흩어지는 자기 위안일 뿐. 이런 현실을 만들어 놓은 그 누군가에 대한 자그마한 분노조차도 자책으로 얼버무리며 미소 짓는 입가에 쓸쓸한 그림자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청와대 특감반 수사관은 장관을 독대하며 ‘중이 제 머리 깎기 식’ 사무관 특별채용을 논하고 변호사가 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행정관은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인사자료를 들이밀며 협의를 빙자한 장군진급을 알선했다는 사실에 선량한 소시민은 권력의 심부가 얼마나 제멋대로인지 허무한 마음뿐.

공직자의 휴대폰은 동의라는 형식의 임의제출 방식과 포렌식이라는 전지전능에 가까운 괴물을 이용해 어느 때든 들여다볼 수 있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로 정책을 입안하던 그들의 펜대는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마구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론의 한마디는 대통령도 탄핵해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지만 애정행각·폭행·회유성거래 의혹에 휩싸인 유력 언론인의 행태는 고통받는 국민은 안중에 없는 끼리끼리 권력에 심취한 집권층의 모습으로 연상되면서 ‘이제는 분노도 사치품’이라는 신입 기자의 서글픈 독백만이 한숨 소리에 실려 허공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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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해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도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개입해도 국가채무 조작을 시도해도, ‘지역의 불쌍한 젊은이를 도와주기 위해’ 형량을 낮춰달라고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판결문에 나와도 부동산 투기를 해도, 각종 이권 개입이 확인돼도, ‘이 또한 지나가리니’ 하며 나 몰라라 하는 특권층의 강심장에 놀랐는지 보도조차 되지 않는 지금, 스멀스멀 사라지는 기억의 한켠에 대한 아쉬움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댓글조작 판결 이후 사법 적폐 세력의 조직적 반항 운운하며 법원의 판결마저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권력의 모습은 며칠 사라진 대법원장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헌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의 민낯을 국민에게 낱낱이 보여줬다. 하지만 그 와중에 완장 찬 법원 신주류의 위헌적인 법관탄핵 주장에도 묵묵부답 대꾸도 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수출방식의 쓰레기더미 같은 휴지통에서 법치주의 찾기에 여념이 없는 다수 법복들의 힘없는 어깨선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무엇보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며 모멸적인 단어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뒤로는 이권에 탐닉하는 금배지의 모습에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예의와 범절은 이미 까마득한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되고 튀어나온 검붉은 욕심과 심술 덩어리 혈관들만이 도드라져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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