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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1년] 영광의 기억 생생한데…흙먼지 날리는 경기장

복원·존치 두고 합의점 못찾아

신축 경기장 7곳 중 3곳도 방치

조재범 성폭행·女컬링팀 논란 등

체육계 병폐도 고스란히 드러나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의 최근 모습. 곤돌라와 생태도로 존치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산림으로 복원한다는 산림청·환경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선=연합뉴스평창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의 최근 모습. 곤돌라와 생태도로 존치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산림으로 복원한다는 산림청·환경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9일로 꼭 개최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2월9일부터 25일까지 열린 평창올림픽은 가장 성공한 동계올림픽 중 하나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한 해가 지난 지금 그 영광의 기억은 아득하고 체육계의 추한 민낯과 폐허처럼 퇴락한 올림픽 시설들만 골칫거리로 우리의 눈앞에 펼쳐져 있다. 겉은 좋아 보이나 실속 없는 애물단지를 빗댄 ‘흰 코끼리 리스크’가 평창에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8일 강원도와 체육계 등에 따르면 올림픽 경기장 13곳 가운데 9곳은 관리 주체와 사후활용 방안이 확정됐지만 신축 경기장 7곳 중 강릉빙상경기장·강릉하키센터·알펜시아슬라이딩센터 등 일반인 이용이 어려운 전문 체육시설 3곳은 사후활용 방안이 없는 상태다. 지금 평창은 올림픽 개최 후유증을 앓는 중이다. 심지어 정선 가리왕산의 알파인센터는 올림픽 폐막 1년이 다 되도록 복원과 존치를 두고 합의점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바람에 윤성빈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등 썰매종목 선수들은 지난해 3월 슬라이딩센터 폐쇄로 해외에서 훈련하는 형편이고 빙상장 등은 시설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관련 당국은 지난해 10월에야 시설관리를 맡을 올림픽기념재단을 올해 상반기 중 평창에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평창 1주년을 기념하는 ‘어게인 평창’ 행사 설명회에 참석한 7일 “조직위원회 잉여금 619억원을 종잣돈으로 1,000억원 규모의 올림픽기념재단이 설립되면 사후활용 현안이 조기 해결되고 영구적인 법적·제도적 조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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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선수에 대한 상습 성폭행 및 폭행 사건은 그동안 곪을 대로 곪은 체육계의 병폐가 극단적으로 폭발한 사례다. 평창에서 감동의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컬링 대표팀 ‘팀 킴’이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 감독 등 팀 지도자들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폭로한 것 역시 빙상계의 부끄러운 민낯이 뒤늦게 드러난 경우다. 이 외에도 대회 폐막 전부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종목에서 ‘왕따 주행’ 논란이 불거졌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감사 결과 빙상계에 뿌리깊이 자리한 개인의 전횡이 낱낱이 알려졌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이 열렸던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의 1년 전(위 사진)과 최근의 모습. /평창=연합뉴스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이 열렸던 강원 평창올림픽플라자의 1년 전(위 사진)과 최근의 모습. /평창=연합뉴스


다만 1년 전 평창올림픽만큼은 한국에 합격점을 줄 만했다. 아시아 국가 중 최고인 종합 7위에 올랐고 금 5, 은 8, 동 4개 등 총 17개 메달로 2010년 밴쿠버 대회의 14개를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스노보드·컬링 등에서 최초 메달도 수확했다. 또한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인 평창 대회는 최악의 상황을 환상적인 결말로 바꿔놓은 ‘반전 드라마’였다. 개막 직전까지도 흥행이나 안보, 추위 등의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대회 운영과 시설 등에서 흠잡을 데 없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체육계 안팎에서는 평창 개최 1년 사이에 드리운 난제들을 속히 해결하고 ‘반전 드라마’를 만들었던 평창의 저력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빙상계의 한 관계자는 “쇼트트랙과 컬링 등에서 잇달아 터지는 최근의 사건들은 성과주의와 폐쇄적인 도제식 교육 등 한국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의 병폐 중 하나”라며 “기존의 체육계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체육계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은 개막 직전까지도 흥행이나 안보, 추위 등의 이유로 실패가 예상된 대회였지만 결국 남북 선수단의 개막식 공동입장 등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성공적인 대회가 됐다”면서 “올림픽 유휴시설 활용 등의 해법을 도출할 반전의 계기를 찾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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