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토요워치]공간을 열다, 공감을 얻다…'같이'의 가치를 덧칠하는 일터

■오피스의 'FUN한 변신'

☞Orange ; 변화

대기업도 '스타트업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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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사이에서 ‘공유 오피스’로 대표되는 공간 혁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공유경제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이종산업과의 합종연횡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업무공간 혁신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업무 효율을 높인다. 그렇게 공간만 바꾼다고 모두 구글과 같은 혁신 성공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간 혁신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공간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간 혁신에 속도를 내는 대표적인 기업은 SK(034730)그룹이다. 전사적으로 공유 오피스를 확산시키고 있는 SK그룹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본사 건물 ‘SK서린빌딩’을 개인 자리가 없는 공유 오피스로 바꾸기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점 과제로 제시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의 일환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초 신년사에서 일하는 공간의 ‘딥체인지’를 강조하면서 “근무시간의 80% 이상을 칸막이에서 혼자 일하고 만나는 사람도 인사만 나눈 사람을 포함해 20명이 안 될 것”이라며 “이렇게 일하면 새로운 시도와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SK서린빌딩이 리모델링되기 전까지 맞은편 그랑서울을 사용하고 있는 SK E&S와 SK종합화학은 임차 업무공간을 공유 오피스로 꾸몄다. SK서린빌딩의 변화된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울러 SK C&C의 경기도 분당 사옥은 구성원들이 고정 좌석 없이 본인의 업무 필요에 맞춰 여덟 개 층에 분산된 좌석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꿨다. 특히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사,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 본사 역시 경영지원 부문은 공유 오피스로 업무공간을 바꿨다. 또한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에 입주한 SKC도 현재 사무실을 공유 오피스로 바꾸는 공사를 하고 있는 등 SK 전 계열사로 공유 오피스가 확산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한 발 빨리 공유 오피스 문화를 받아들여 일정 부분 뿌리를 내렸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7년 12월 잠실 본사 사무실 2개 층을 공유 오피스로 바꿨다. 롯데쇼핑의 한 관계자는 “업무 집중도를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일과 여가 시간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업무공간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공간의 혁신에서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직원들의 창의성 발현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신사옥 한 개 층 일부를 공유 오피스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위해 공간적인 배려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유 오피스 바람은 보수적인 문화로 잘 알려진 회계법인과 금융권에도 불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새 둥지를 튼 삼일회계법인은 17~20층을 공유 오피스로 만들었다.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기존의 오피스는 지정된 사용자가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했지만 새로운 오피스는 원하는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로 기호에 따라 선택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간을 통한 업무 효율이란 이런 유연성과 포용성에서 가능한데 삼일의 새로운 오피스는 이런 기능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에 준공된 KEB하나은행의 을지로 신사옥도 두 개 층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로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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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업무효율 UP”…칸막이·지정석 없애고 소통존


SK·롯데·아모레부터 회계·금융까지 ‘공간 대수술’ 열풍



“기업문화가 변해야”…일부 조직 아예 공유오피스로 이전도

공간 혁신을 통한 기업 문화 변화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대형 철강사와 대형 통신사들도 스마트워크 형태로 업무공간 혁신을 도입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업무공간은 바꿨지만 실제 기업 문화가 혁신적인 업무공간을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드웨어는 공간 혁신에 맞췄지만 공유 오피스 기업들이 추구하는 가치인 소프트웨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공유 오피스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다”며 “대기업들의 공유 오피스 도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SK그룹이나 삼일회계법인과 같이 직접 공유 오피스를 조성하는 기업 외에 아예 일부 조직을 공유 오피스로 이전하거나 위워크(Wework), 패스트파이브 같은 공유 오피스 기업에 공간 조성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위워크 본사가 위치한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에는 외국계 제조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KB생명 등 다수의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역삼역에 위치한 위워크에도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월에 신설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인천 청라에 본사가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는 역삼역 위워크에 자리를 잡고 30~4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 관계자는 “연구개발을 하는 조직이다 보니 외부 협업과 네트워크가 중요해 공유 오피스를 선택했다”며 “실제 역삼역 위워크에는 토스를 비롯해 인공지능(AI) 등 연구 분야가 겹치는 기업들이 입주해 있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도 현재 2개 팀이 위워크 서울스퀘어와 을지로점에 입주해 있으며 본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신규 상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에도 KB금융(105560)그룹과 SK그룹·두산(000150)그룹·풀무원·OB맥주의 계열사와 태스크포스(TF)를 비롯해 언더아머·바카디코리아 등의 외국계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50좌석 이상을 사용하지만 상황에 따라 최대 200좌석까지 이용을 유연하게 늘리기도 한다. 패스트파이브는 최근 기업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50~200명 규모의 기업들을 위한 맞춤형 공간 솔루션 ‘커스텀 오피스’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공유 오피스 기업들에 사무실 조성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도 ‘파워드 바이 위(Powered by We)’와 ‘파워드 바이 패스트파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대기업들의 공간 혁신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위워크는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UBS자산운용 미국 본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홍콩 본사의 공간 디자인을 맡았으며 한국에서는 최근 에스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도 KB이노베이션허브와 서울산업진흥원(SBA) 등의 업무공간 조성에 참여한 바 있다.

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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