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집값 한파에 '담합'도 얼어붙는다

1월 신고 10건…석달새 90%↓

치솟는 아파트값 꺾이자 주춤

지난해 아파트값 급등하는 가운데 치솟았던 집값 담합의 신고 건수가 약 4개월 만에 약 90%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집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자 ‘○억원 이하로는 팔지 말자’는 식의 집값 담합도 힘을 잃고 있다.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집값담합 의심사례 신고건수는 10건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신고건수 84건과 비교하면 약 88%가 줄어든 수치다. 감정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집주인과 중개업자의 집값·거래질서 교란행위 등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집값담합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해 오고 있다. 의심 사례 신고는 개설 직후 84건에 달했지만 이후 11월 22건, 12월 11건 등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집값담합은 지난해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특정 가격 밑으로 팔지 못하도록 인근 공인중개사 및 주민 등에게 압력을 행사해 시장 교란을 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서울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담합을 유도하는 유인물이 붙기도 했다. 이 유인물에는 전용 76㎡를 19억 원 이상에 팔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실제 이 평형은 한때 19억 1,000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실거래가는 16억 4,000만 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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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이 주춤한 것 역시 이 같은 시장 상황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절벽에 집값 하락세가 동시에 진행돼 담합이 속절없이 무너진 셈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서울의 한 중개사는 “내놔도 팔리지가 않는데 주민들이 가격선을 정해봤자 무슨 소용인가”라면서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든 만큼 담합이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집값 담합을 형사 처벌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상정돼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지난해 11월 진행된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야당 측은 이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연간 부동산 거래가 전국 100만 건을 넘어가는데 조작 의심 건수 84건은 극히 소수 사례에 불과하다는 게 이유다. 집값담합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 법안으로 중개사들의 활동을 제약하고 사적 계약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여당 측은 시장 교란을 사전에 방지하고 중개사들이 아파트 주민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이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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