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펼친 복지 정책의 영향을 제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가까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물가’를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에 달했다. 지난해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로, 관리물가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포인트가량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가격지수로, 전기·수도·가스요금, 열차 요금, 도로통행료와 같은 필수재나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의료·교육·보육료, 버스·택시요금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사회적 후생을 고려해 관리물가 대상 품목의 가격을 안정화하고자 한다. 따라서 2016년 이후 관리물가는 0%대 내외의 낮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가계 생계비 경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정부는 국립대 입학금을 폐지하고 사립대 입학금은 축소했으며, 고등학교 무상급식 지역을 늘리고 건강보험 보장성도 강화하고자 했다. 아울러 단말 지원금을 받지 않는 약정 고객에게 통신 월정액을 할인하는 선택약정도 확대했다. 관리물가 대상 품목에 포함되는 교육비, 의료비, 통신요금 등을 모두 관리한 셈이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3, 4분기에는 관리물가를 제외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 수준까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 4분기 1.8%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3분기 물가 상승률은 0.7%포인트, 4분기는 0.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2%를 기록했지만, 관리물가 영향을 제외하면 1.5%로 0.3%포인트 더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근원물가라고도 불리는데, 한은은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제대로 보자는 취지에서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수치도 공개한다.
문제는 최근과 같이 물가 상승률이 낮을 때 관리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깎아내려 통화정책의 중요 변수 중 하나인 물가 흐름 판단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까지 하락하며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0%를 크게 밑돌자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지난해 7월 한은이 “최근과 같이 소비자물가의 오름세가 완만한 경우 관리물가의 변동이 전체 물가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조적 물가 흐름에 대한 분석,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위해 핑계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