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발언대] 노점정책의 새 모델 '신촌 박스퀘어'

박홍표 서울 서대문구 도시재생추진단장




경의중앙선 신촌기차역 앞에 컨테이너박스를 여럿 쌓은 형태의 건물이 있다. 지난해 9월 서대문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공공임대상가 ‘박스퀘어(boxquare)’다. 그동안 이화여대 앞은 불법 노점들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보행공간을 점유해 학생과 주민·관광객 등 보행자들에게는 불편을 불러왔고 세금·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하는 인근 점포상인과의 갈등도 있었다.


서대문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공임대상가를 떠올렸다. 이곳에서 노점상인은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고 구는 영구 영업권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박스퀘어 입점 초반에는 기존 이대 정문 앞보다 유동인구가 적다는 등 노점상인들의 입점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십여 차례 상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전체 39개의 노점 중 24개가 입점해 운영하고 있다. 아직 미입점 상인들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설득을 하고 있다.



박스퀘어는 노점상인뿐 아니라 청년들에게도 열린 공간이다. 아이디어는 많지만 초기 창업자금이 부족한 청년상인들이 공모를 통해 입점해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했다. 1층 웰컴테라스에서는 버스킹, 3층 루프탑에서는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는 문화복합시설을 설치해 상시적인 공연이 열린다. 최근에는 청년창업 인큐베이팅 사업도 시작했다. 구는 매장공간을 제공하고 이화여대는 청년창업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외에 조형예술대 학생들의 작품전시 등 인근 학교와의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노점 강제 철거를 지양하고 ‘사람중심 도심 가로정책’의 새 모델을 제시한 서대문구는 연세로를 통해 문화예술 광장으로 활력을 찾은 신촌지역에 이어 이대 지역도 박스퀘어를 핫플레이스로 발전시켜 상권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박스퀘어를 통해 선보이는 노점과 청년, 인근 학교, 그리고 지방정부가 함께 상생하는 노점정비 정책이 앞으로 노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노점정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타 지방정부에서도 상생하는 도시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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