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차 사회보장계획 발표] 332조 들여 복지 OECD 수준 높인다지만...장기재원 또 깜깜

무상교육·소득보장·건강보험 확대 등 90개 사업 집중

'삶 만족도' 28위서 2023년 20위...2040년 10위 목표

급격한 고령화·성장둔화에 세수 줄고 재정 눈덩이 우려




정부가 향후 5년간 332조원을 들여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무상교육·소득보장·돌봄 등 전방위에 걸쳐 사회보장을 확대하고 여전히 높은 상대빈곤율이나 저조한 사회서비스 투자를 OECD 평균에 맞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앞으로 필요한 재정추계치를 최소한으로만 제시한데다 오는 2023년 이후 소요될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중장기 논의도 또다시 미뤘다.

12일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아 사회보장 분야 최상위계획인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2019~2023년)’을 발표했다. 정부는 사회보장 증진을 위해 5년마다 사회보장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지난 1년간 국민인식 조사와 공청회, 사회보장위원회 심의 등을 거친 뒤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사각지대 없는 ‘포용적 사회보장 체계 구축’을 비전으로 내세운 2차 계획은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 △사회보장제도 간 연계·조정 강화를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지난 2017년 현재 38개 OECD 회원국 중 28위에 그친 ‘삶의 만족도지수’ 순위를 2023년까지 평균 수준인 20위, 2040년에는 10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3년까지 △고용·교육 △소득 △건강 △사회 서비스 등 4대 분야에서 90개 중점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분야별 측정 가능한 성과지표도 만들었다. 소득보장 분야의 경우 17.4%에 달하는 상대빈곤율을 2023년 15.5%, 2040년 11.3%까지 떨어뜨리고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 서비스 투자 비율을 5.7%(2015년)에서 2023년 7.4%, 2040년 10.7%까지 확대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1차 계획은 영역별 목표 없이 200여개 과제가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다”며 “이번에는 중장기 정책목표와 분야별 성과지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중점 추진과제도 90개로 추렸다”고 설명했다.

배병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향후 5년간 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을 담은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배병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향후 5년간 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을 담은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돈’이다. 복지부는 이번 기본계획에 포함된 90개 과제를 이행하는 데만 2023년까지 총 332조1,000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 재정이나 일부 건강보험지출 등이 빠진 액수다. 현 체계를 유지했을 때 국민연금 지출만 따져도 2020년 한 해에만 48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계된 만큼 실제 사회보장에 투입되는 재정은 332조원보다 훨씬 많아진다. 배병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도 “국민연금 재정이나 전체 건강보험 급여지출을 다 포함하면 여기에 제시한 재정 소요보다 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022년까지의 중기재정계획에 이미 반영된 내용”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정직하다고 볼 수 없는 추계”라고 꼬집는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의 복지확대 속도가 이어지면 2023년 이후 장기 재정 소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지만 이에 대한 고민도 담기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도 국가기여금이 투입되는데다 앞으로 지출을 늘리면 그만큼 보험료를 더 많이 걷어야 해 국민부담이 늘어난다”며 “국민들에게 전체 소요 추계치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중장기 재원조달 방안도 모호하다. 2040년까지 사회 서비스 지출을 두 배 늘리려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증세처럼 국민 부담을 늘리는 데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배 실장은 “재원조달 방안을 꼭 새로운 조세 신설이나 세율 인상으로 직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세계잉여금 25조원이나 기존 예산 지출 조정을 통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선 복지 후 증세’는 미래 후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안기는 무책임한 거짓말”이라고 질타했다.

중앙·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이나 부처 간에 중복되는 사회보장제도 조정 강화도 원칙 수준에 그쳤다. 지자체들이 선거마다 무상교복·산후조리비용 등 선심성 복지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견제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 안 교수는 “지자체도 각각 중기 사회보장계획을 세우고 복지부와 조정하도록 돼 있지만 이제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미 감당이 어려울 만큼 늘려놓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재정 건전성과 복지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급격한 고령화와 성장둔화 추세로 재정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복지확대 일변도의 ‘장밋빛’ 그림만 내놓고 있어서다. OECD는 향후 사회지출 증가로 2060년이 되면 한국 순채무가 GDP의 196%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이날 한국 경제에 대해 “중기적으로 성장세 약화와 함께 세입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확장정책 여력이 줄어들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