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금융계열사(카드·캐피탈·손해보험) 예비입찰에서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등의 사모펀드(PEF)가 3개 계열사 모두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보이면서 강력한 후보자로 떠올랐다. 반면 KB금융은 캐피탈, 하나금융은 카드만 참여하는 등 대형 금융지주사는 분리매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묶어 팔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지만 가격 이외의 요소를 따지면 대형 금융지주에 매각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패키지(일괄) 매각으로 갈지 분리매각을 택할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캐피탈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이날 예비입찰을 실시한 결과 KB금융지주를 비롯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 등 6~7곳이 참여했다. 그 밖에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PE)는 일본 본사가 주도해 전략적투자자(SI)로 응찰했고 외국계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도 이름을 올렸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예비입찰에 각각 참여했던 사모펀드 IMM PE와 JKL파트너스는 롯데캐피탈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또 캐피탈 인수를 타진했던 신한금융이 발을 뺐고 카드 인수후보인 한화그룹도 참여하지 않았다. IB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14일께 3개 계열사에 대한 쇼트리스트(본입찰 후보)가 결정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자본 투입이 가능하고 앞서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성공적으로 매각한 MBK의 인수 가능성을 가장 높게 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는 매각 초기부터 롯데그룹 측과 교감했고 예비입찰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후보”라고 전했다. 나머지 사모펀드 중에서는 오릭스 PE가 오릭스캐피탈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나 가격 경쟁에서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앤컴퍼니는 금융보다 시멘트·해운 등 굴뚝산업 투자 경험이 많다. 다만 MBK는 오렌지라이프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이슈로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매각 측의 관계자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가격 때문에 일괄매각을 가장 선호하지만 고용승계와 사업제휴 가능성 등 정성적 요소도 중요하기 때문에 예비입찰 결과에 대한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SI 중 유력후보인 KB금융지주는 소매금융 분야의 보강을 위해 롯데캐피탈만 사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으로서는 KB캐피탈과 롯데캐피탈을 합칠 경우 자산 20조원으로 현대캐피탈(25조원)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고 주력이던 자동차 할부금용은 물론 개인금융 분야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특히 PEF가 롯데캐피탈을 인수하게 되면 신용등급 하락으로 조달금리가 높아질 수 있는 반면 KB금융은 지금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한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며 “면밀한 검토를 통한 인수타당성 및 적정가치 판단으로 최종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신한금융이 예상외로 롯데캐피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가격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자회사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시너지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알짜매물로 평가받는 롯데캐피탈 인수가는 1조~1조2,000억원선이 거론된다.
한편 롯데캐피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자산 7조5,089억원이며 연간 당기순이익이 2016년 1,055억원, 2017년 1,175억원, 지난해 3·4분기 누적 95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개인신용대출부터 중도금대출, 기업 운영자금, 자동차 리스·할부금융까지 사업영역이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