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를 운영하는 네이버 라인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연내 디지털뱅크인 ‘라인뱅크’를 출범할 예정이다.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는 즉시 예금·소액대출·송금 등의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목표로 전산 및 상품 개발에 한창이다.
이화수(사진)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 은행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15개의 은행이 경쟁하는 이곳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리테일’”이라며 “온라인 쪽으로 획기적인 디지털뱅킹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2억6,000만명의 인구 중 60%만이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0%는 아직 금융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1만8,000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어 일일이 점포를 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미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디지뱅크, 일본계 BTPN의 지니어스, 다나몬은행의 디뱅크, 페르마타은행 등 4개 인터넷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그는 “지점을 가지 않고 온라인 실명인증만으로 계좌 개설이 되는 라인뱅크를 리테일에 특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스피드와 편의성·스마트뱅킹 등 세 가지를 핵심으로 제시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계좌를 만들려고 하면 줄도 오래 서고 카드 신청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이 다반사”라며 “10분 이내로 줄인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영상통화를 통한 실명인증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현지 절차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으나 상반기 중 승인을 받아 하반기에 오픈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니발라이제이션(기존 시장 잠식) 문제에 대해 이 행장은 “디지털뱅크는 비용이 덜 들어 금리가 더 높은 특화상품을 내놓으면 일정 부분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면서도 “한국에서도 모두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옮겨가지 않듯이 향후 상호 균형을 이루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기존의 온라인 채널에서 관리하는 일부 리테일 소비자들은 라인뱅크로 흡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현재 오프라인 점포에서는 페이퍼리스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데다 전통적인 사은품 제공 등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라인뱅크는 효율성을 살릴 수 있다.
라인은 인도네시아에서 뉴스와 메신저 등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활동고객이 4,800만명에 달한다. 메신저 고객의 75%는 20~30대로 젊은 층이다. 이 행장은 “자산을 형성한 40대 고객이 아니라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모임을 형성하는 케이스가 많아 기존 KEB하나은행과의 충돌 우려는 덜하고 마케팅 효과는 빠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모바일 플랫폼 기반에 뱅킹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접목시키려 한다”며 “대표적으로 젊은 층의 니즈와 문화에 맞는 소액대출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현지 사정을 감안해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현지에서 한국계 은행은 친절하고 빠르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 지점에서는 현지 은행 중 거의 유일하게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점 옆에서 커피를 제공하는 하나라운지는 현재 13곳에서 올해 4~5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행장은 “모든 거래를 모바일과 인터넷에서 가능하도록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나은행은 현지 개인간거래(P2P) 업체 투나이키타(Tunaikita)와 손잡고 마이너스통장(최대 300만루피아)과 체크카드 사업을 이달 중 공식 론칭하는 등 모바일 개인신용대출 공략을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자카르타=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