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 법정 구속을 두고 여당과 시민단체들이 ‘보복 판결’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법관들이 ‘침묵’을 선택했다. 재판거래 혐의 등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구속돼 법원 내 분위기가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더 이상 정치논리에 대응하지 않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운영위원회는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김 지사 1심 재판부에 대한 과도한 비난에 대처하기 위한 임시회의 소집을 놓고 온라인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77명의 법관 대표 가운데 60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고 13일 밝혔다. 찬성은 16표에 그쳤고 기타 의견은 1명만 냈다. 최기상 전국법대표관회의 의장 명의로 입장을 표명하자는 안에 대해서도 78명의 법관 대표 중 44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은 30명, 기타 의견은 4명이었다.
운영위가 이 같은 표결을 실시한 것은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한 김 지사 1심 재판부에 대한 비난 수위가 도를 넘으면서 이에 대해 법관들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일부 대표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김 지사 판결과 별개라고 선을 그었지만 재판장이었던 부장판사를 법관 탄핵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대다수의 법관이 침묵 의견에 힘을 보탠 것은 최근 재판거래 의혹을 둘러싼 일련의 흐름 속에 법원이 입은 내상이 너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법관회의는 지난해 11월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동료 법관 탄핵을 촉구하는 안을 의결했다가 내부적으로 큰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여기에 양 전 대법원장까지 구속되면서 한순간에 온 조직이 ‘적폐’로 내몰린 상황이라 대부분의 일선 판사들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송승용 전국법관대표회의 공보판사는 “의견수렴 결과를 감안해 임시회의를 소집하거나 의장 명의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