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프랑스 파리경제대의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출간해 단숨에 스타 경제학자가 됐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200만권 이상 팔렸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부의 불평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나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으며 이것이 지속적인 불평등과 양극화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주장을 전개하는 데 기존 경제학의 전통적인 방법론을 사용했고 이를 통해 그 분석 툴을 제시한 주류경제학 자체를 비판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켰다.
피케티가 이 책을 쓰기 전에도 이미 우리는 자본이 돈을 버는 투자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재테크라는 말이 유행한 시기도 이런 분석에 한 세대나 앞선다. 그리고 한때 재테크의 꽃으로 주목받은 것이 펀드다. 유용한 재테크 수단이던 펀드, 그중에서도 공모 펀드는 최근 몇 년 사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것은 투자자들의 기대와 결과 사이의 큰 간극이다. ‘부동산 불패’와 유사한 ‘펀드 불패’를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더 많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 펀드 시장은 공모 펀드의 정체 속에 사모 펀드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1년 비슷한 규모였던 공모와 사모의 비율이 이제 2배 정도의 차이로 벌어졌다. 일반인들은 접근이 쉽지 않은 사모 펀드의 성장은 양극화의 또 다른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혹자는 그 이유를 가계살림의 어려움에서 찾기도 하고 공모와 사모 간의 차별적 규제 때문이라고도 한다. 높은 성과의 다른 측면이 리스크인 것처럼 차별적 규제를 달리 표현하면 투자자 보호다.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는 필수불가결한 것이겠으나 그것이 원만한 운용을 어렵게 하는 제약으로 작용한다면 신중하게 그 경직성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투자 비율 및 한도규제 완화, 소득공제 확대 등 세제혜택’ 같은 공모 펀드 규제 완화와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는 줄고 사모 펀드의 규제 완화 소식은 더 크게 들려온다. 둘 다 시장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업계 종사자로서는 나쁘지 않게 들리지만 어쩐지 두 사안 간 논의의 출발점은 달라 보인다. 공모 펀드의 활성화가 좋지 않은 상황을 돌릴 묘안을 찾자는 대안의 느낌이라면 사모 펀드의 활성화는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것처럼 들린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고액자산가나 전문투자자 전용의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일반 개인투자자의 투자 대상인 공모 펀드의 활성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물론 선행돼야 할 것은 운용사 스스로 부진한 공모상품의 성과를 만회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래야 일반인의 재테크 수단으로 또다시 공모 펀드가 조명받을 수 있으며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작은 통로로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