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올 1·4분기 중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도시에서도 연간 180일 이내에서 내국인에게 공유숙박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외국인을 상대로 한 공유숙박은 모든 지역에서 가능하나 내국인 대상 영업이 도시지역에서는 금지돼 있다. 정부가 영업기간을 제한하고 사업자의 범죄전력을 따져 공유숙박 등록을 제한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지만 숙박업계는 공유숙박 관련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유숙박 허용확대 찬성 측은 내국인 숙박 불법화가 오히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효과를 초래하고 세계적인 공유숙박 확산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이미 숙박 과잉공급인 상태에서 공유숙박을 확대 허용하면 기존 숙박산업이 고사하고 이에 따른 실업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정부는 지난달 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제5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연 180일 이내로 내국인 대상 도시민박업을 허용하고 공유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내외국인 모두 공유숙박이 허용된 농어촌처럼 도시에서도 공유숙박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공유숙박은 거주지에 빈방이 있을 경우 주인이 이를 빌려주고 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대표적으로 에어비앤비가 여기에 속한다. 공유숙박은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주민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다. 관광객은 장기간 체류하며 절약한 돈으로 추가 소비를 하게 되며 지역사회 경제가 활성화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공유숙박의 장점이다.
그러나 전국적인 상황을 보면 숙박 과잉공급으로 숙박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제주의 경우 중국발 사드의 영향 전에 이미 숙박 과잉으로 숙박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제주의 관광숙박시설 현황을 보면 2018년 기준 7만2,000여개의 객실이 공급돼 적정숙박 수요인 4만6,000여개보다 2만5,000여개가 초과 공급되고 있다. 관광숙박시설 외에도 농어촌민박, 분양형 호텔과 유사숙박업이 난립해 제주 숙박시설의 과잉공급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6개의 관광숙박시설과 30여개의 일반숙박시설이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고, 특히 특2급 관광호텔이 9월 폐업했다. 호텔 경영자 측에서는 공유숙박을 단순히 경영악화 때문에 반대하는 게 아닌 것이다.
공유숙박 허용 확대에 반대하는 첫번째 이유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고객의 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둘째, 서비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체계적인 서비스 교육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고객을 맞는 것은 서비스의 근본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셋째,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 호텔들의 경영악화로 실업자가 더욱 늘어날 것임이 자명하고 청년일자리 문제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단지 제주만의 현실은 아닌 듯하다. 서울지역 호텔에 근무하는 지인들은 호텔들이 앞으로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보다 인건비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이를 위해 직원감축이나 복지까지 모든 것을 줄이지 않겠냐는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넷째, 과열경쟁으로 인한 가격붕괴 문제다. 지금도 제주는 숙박 과잉으로 가격파괴 현상이 확산되고 그로 인해 재투자가 줄어 상품 경쟁력마저 잃고 있다.
관광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고용창출과 소득증대라는 경제적 효과가 우수한 산업이다. 그러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거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경우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는 불안한 산업이기도 하다. 전자는 상품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고 후자와 같은 숙박 과잉공급은 관광수입 감소로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서비스 품질 악화를 초래해 결국 상품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지금은 공유숙박업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 아니라 숙박 과잉공급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 시스템 붕괴를 막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숙박 과잉공급이 관광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유숙박을 허용한다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또 최근 공유승차 문제로 정부가 한차례 홍역을 치른 직후 공유숙박까지 확대 허용하는 데 대해 걱정이 앞선다. 공유승차 ‘카풀’ 문제로 택시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같은 심각한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처럼 공유숙박 허용은 기존 숙박업계와의 마찰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이는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같은 숙박업계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대비책을 만들고 공유숙박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공유숙박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합의에 이를 때 공유숙박 확대를 허용하는 것이 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공유숙박 확대 허용은 시기상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