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국GM發 부품사 일감절벽]인천 이어 부산도 휘청…지역경제 칼바람

올 신차 공백기, 물량 줄여 대응

협력사 일감없자 구조조정 나서

인천 제조업 경기부진에 직격탄

르노는 9월에 위탁생산 중단

생산 10만대↓ 부산도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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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17만 대의 생산능력에 지난해 연간 6만대 가량 생산하는데 그쳤던 부평 2공장의 물량을 연초부터 30% 이상 줄일 정도로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산업은행(7억 5,000만달러·약 8,000억원)의 공적자금 등 71억 5,000만달러(약 7조 7,000억원) 투입돼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브랜드 ‘쉐보레’는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파산의 문턱까지 가면서 이미지가 실추됐고 내수 판매가 전년에 비해 29.5% 줄어든 9만 3,317대로 추락해 지난해도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국GM이 올해 국내에서 생산할 신차가 없는 공백기라는 점이다. 한국GM이 국내와 해외시장에 내놓을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내년에 공개되고 연말께 부평 1공장에서 생산된다. 연말까지는 부평 1공장이 수출이 잘되는 트랙스를 생산한 후 신형 SUV 물량을 받아야 2공장으로 트랙스 생산을 이전한다. 부평 2공장은 연간 전체 생산능력의 10% 수준(약 1만 7,052대) 밖에 안 팔리는 말리부와 약 4%(6,843대)인 아베오 외엔 물량이 없다. 현재 30%의 가동률로 연간 약 6만 대를 생산하면 3만 대 이상이 재고가 되고 결국 비용이 증가해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결국 가동률을 20%대로 연말 트랙스 물량을 받기 전까지 2만 대 이상 생산을 줄여 적자의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생산 축소에 부품사를 몰아치는 칼바람은 올해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GM 협력사 대표는 “이미 직원의 절반을 내보내며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다”며 “한국GM이 부품을 글로벌에서 수급하면서 물량이 줄고 있는데 생산마저 축소되면 얼마나 더 버틸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한국GM의 협력사들이 일감 절벽으로 내몰리자 금융권은 대출을 회수하며 ‘비 오는 날 우산 뺏기’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한국GM의 협력업체에 1조 2,000억원 규모의 대출·보증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B 협력사 대표는 “금융권은 정부와 따로 노는 것 같다”며 “예전처럼 강압적으로 회수하지는 않지만 보증이 있어도 추가 대출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한국GM의 협력사들이 몰린 인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인천지역 제조업 150개의 경기실사지수는 기준(100)을 한참 밑도는 66으로 지난해 4·4분기(82) 대비 악화됐다. 자동차·부품업은 50이다. 한국GM과 협력사의 고용은 5만 3,000여명으로 인천지역 제조업 취업자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인건비만 약 2조 8,800억원, 조세납부액만 7,400억원(인천상의 추정)에 달한다. 윤희택 인천상의 경제산업부장은 “어떻게든 이 시기를 버티고 신차 물량이 있는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상반기는 인천, 하반기는 부산지역 경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올해 9월이 되면 르노삼성자동차의 지난해 생산 물량 가운데 절반(10만 7,245대·47.1%)를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중단된다. 노조가 임금을 올려달라며 파업을 지속하자 본사가 나서 “신규 물량을 주지 않을 수 있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GM이 신차를 생산하는 연말께 부산지역에는 자동차 생산량 약 10만대가 줄면서 납품 물량이 증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르노삼성도 협력사가 약 300곳, 직간접 고용인원만 5만여 명에 달한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르노삼성 납품업체들은 20만 대 생산 능력에 맞춰서 부품 생산을 하고 있다”며 “물량이 줄면 어려움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구경우·김우보 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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