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는 특히 수치상으로 양적 성장을 했더라도 갑자기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산업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호소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언제든 낙오될 수 있다”며 “이미 차가 이전만큼 팔리지 않으면서 투자 여력도 쪼그라들었는데 신의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미래 투자는 엄두도 내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업 현실 등을 고려하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기업별·법원별로 신의칙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면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부담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시아나항공·현대중공업·만도 등 관련 소송에 휩싸인 다른 기업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번 판결로 다른 기업들의 유사 소송에서 엇갈린 하급심 판단들도 일제히 정리될 것으로 기대했던 터여서 실망이 크다. 특히 회사의 경영 상황 판단과 관련해 통일된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이나 이익잉여금 등에 기초한 어느 정도의 합의된 원칙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기에 더욱 그랬다. 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은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돼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신의칙이 받아들여져 승소한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서 명확한 기준이 나와 노사 간 갈등이 잦아들기를 기대했다”며 “산업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부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도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추가 임금을 지급하라고 한 것으로, 신의성실 원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어려움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