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권홍우칼럼] 충격이 다가온다…우리의 대비는?

국제사회에 영원한 맹방·적 없어

北, 미국산 무기 구매할 수 있고

주한미군 존치도 장담 못할 상황

국민 화합하고 정세 급변 대비를




충격이 다가온다. 파장의 진원은 미국이다. 미국이 북한에 ‘방어용 무기’를 판매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은 가능성의 하나일 뿐이다. 이제 보름도 남지 않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는 속단할 수 없다. 우리는 모든 경우에 대비할 의무가 있다. 한반도의 명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충격적인 소식을 내포할 가능성도 높다. 우리는 충격을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당면한 관심사는 북미 간 합의 여부다. 여느 때보다 긴 조율 기간을 거쳤다는 점에서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북미 합의의 영향력은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핵은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훌륭한 소재다. 역대 대통령과의 차별화까지 가능하다. 트럼프는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더욱 극명하게 부각될 수도 있다. 노벨평화상 발표 시기는 10월 초. 선거에 큰 호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내부에서 장악력을 더욱 다질 수 있고 젊은 지도자로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유엔 총회 연설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동 수요가 많아질수록 북한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 즉 장거리 전용기가 없는 탓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중국 여객기를 임차하는 불편을 겪었다. 당장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할 김 위원장이 어떤 이동 수단을 택할지도 관심거리다. 보다 근본적으로 김 위원장이 언제까지 중국 비행기를 빌릴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장거리 외유가 많아질 김 위원장이 전용기를 고른다면 어떤 기종을 택할까. 현실적으로 미국제 대형 여객기, 즉 보잉사의 점보 시리즈 외에는 답이 없다. 북한이 전용기 구매를 결정해도 개조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급한 대로 임대 형식을 취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의 항공기 수요는 이보다 많다. 특히 본격적으로 경제 개발에 나설 경우 철도와 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낙후한 형편에서 지방 공항과 여객기 활용이 더 효과적이다.


문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미국제 항공기를 넘어 무기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방어용’이라는 미명 아래 북한군에 미국산 무기가 공식 루트로 반입되는 날,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원수도 없는 법이다. 적으로 싸웠던 베트남 사회주의 정권에 미국은 한국에도 주지 않던 퇴역 구축함을 지원하는 시대다. 북한이 베트남처럼 적에서 친미 국가로 바뀔 때 충격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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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보면 미덥지 못하다.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어나간 노력은 평가받기 충분하지만 국내의 다른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일방독주가 낳을 부작용이 우려된다. 반대쪽은 더 기대할 것이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예비역 장성 일부의 행태는 한심하다. ‘선배 군인들의 피와 땀으로 지킨 이 나라를 위해’ 후배 군인들에게 명령 불복종과 군사반란을 교사한 최근의 성명서는 실정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아 마땅하다. 생도 시절 학비에서 전역 후 군인연금까지 국민의 피와 땀으로 먹고사는 군인은 예비역일수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서로 물어뜯는 동안에도 바깥세상은 팡팡 돌아간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최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의 존재 필요에 대해 언급한 것이 바로 엊그제다. 주한미군 철수를 공공연히 말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이런 판국에 한국은 정부와 여야·원로들까지 모두가 준비도 없이 충격에 미래를 맡긴 형국이다. 고대 로마의 공화정을 이상적으로 봤던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역사 속 스승으로 여겼던 티투스 리비우스는 대작 ‘로마사’에서 “우리의 악덕을 견디지도 못하고 악덕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용기도 없다”고 한탄했다. 로마 공화정은 얼마 후 무너졌다.

지난 2009년 이륙 직후 엔진 결함이 발견된 한 여객기의 조종사는 승객들에게 “충격에 대비하라(Brace for impact)”는 경고 방송과 함께 한겨울의 허드슨강에 비상착륙해 탑승객 전부를 구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충격을 피할 수 없다면 미리 대비해 극복하는 슬기와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마음으로 대비한다면 충격의 시대를 능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성공하는 국가에서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다.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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