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여전히 평행선 달리는 美中 무역협상…전망 '흐림'

WSJ “中, 美반도체 구매확대·산업 보조금 중단 제안”

블룸버그 “中 구조개혁 놓고 이견 커”…기한 내 타결 어려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부터), 류허 중국 부총리,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14일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 조어대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시작하기 전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부터), 류허 중국 부총리,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14일 중국 베이징의 국빈관 조어대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시작하기 전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이틀째 진행되는 가운데 협상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구매, 산업 보조금 중단 등을 제시했지만 구조적 문제에 있어 여전히 견해차가 있는 탓이다. 양국은 파국을 막기 위해 다가오는 협상 시한의 연장을 검토하고 있으나 연장을 위한 요건마저도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협상 대표단과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7∼9일 차관급 협상에 이어 14일부터 베이징에서 고위급 협상을 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이번 협상에서 중국이 구매할 미국산 반도체 규모를 향후 6년에 걸쳐 2,000억달러(약 225조4,000억원)로 확대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현재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보다 5배 많은 액수다. 중국은 아울러 신에너지 차량 등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주던 보조금을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WSJ는 대두와 액화천연가스, 원유 등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상품 구매를 대폭 늘리겠다는 중국의 기존 제안에 더한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이 자국 산업에 지급하던 국가 보조금을 중단할 것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모든 보조금 프로그램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했으나 어떤 방식으로 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중국의 제안이나 약속의 실효성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미 업계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구매 확대 제안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고는 있지만, 이 제안을 반기지는 않는다고 WSJ에 밝혔다.


미 반도체 업계도 중국 측이 제안한 반도체 구매 수요를 충족시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화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존 네프 대표는 중국의 반도체 구매 확대 제안이 “‘중국제조 2025’ 달성을 위해 고안된 술책”이라면서 “매우 교활하다”고 혹평했다. ‘중국제조 2025’는 2025년까지 의료·바이오, 로봇, 통신장비, 항공 우주, 반도체 등 10개 첨단 제조업 분야를 육성한다는 시진핑 정부의 정책을 말한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상징하는 이 정책을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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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중국 중앙정부가 자동차 구매 보조금 중단을 제안했지만 지방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 문제는 시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보조금 철폐 제안을 전한 소식통들도 미국 협상 대표단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중국이 내놓는 보조금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오랫동안 가려져 왔던 만큼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핵심 의제들에서 양국 의견 차이가 여전하기 때문에 협상은 사실상 교착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이 로이터통신에 말한 바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차관급에 이어 고위급까지 나흘간 협상이 이어졌으나 중국의 구조적 개혁 관련해 진전은 없었다. 블룸버그도 양국 협상단이 중국 구조개혁 의제에서 제자리걸음이며 양국 정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는 데는 먼 길이 남았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협상 시한을 연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건’이 있으면 협상 시한을 내달 1일 뒤로 연기할 수 있다고 했으나 양국 협상단이 이를 충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은 커져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우리가 진짜 합의라고 생각하는 곳에 가까이 있고 완성될 수 있다면 그것(협상 시한)을 잠시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양국 정상이 최종적으로 무역 합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한인 내달 1일까지 고위급 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적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4일 무역협상 시한 연장을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시 주석이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15일 만날 것이라고만 답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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