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코스피 2,200선이 무너졌다. 설 연휴 이후 ‘1월 랠리’ 지속에 의구심이 컸던 상황에 우려한 대로 단기 조정이 닥쳤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경기지표 둔화, 기업실적 하향 조정 등이 근거다. 반대로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신용융자가 늘어나는 등 개인투자자의 매수 강도는 강해져 큰 폭의 하락 없이 재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코스피지수는 1.34% 떨어진 2,196.09에 마감했다. 장중 2,187.71까지 떨어지며 2,19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그동안 지수 상승을 이끌던 외국인투자가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6거래일 연속 누적 4,493억원을 순매도하면서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반도체 수출 감소, 중국의 미국 반도체 수입 확대 제안 등 한국 증시의 대표 업종인 반도체에 부정적인 소식이 이어져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도 각각 3.05%, 4.65% 하락 마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지난 1월 증시 상승에 따른 저평가 매력 희석, 여전한 기업실적 하향 조정 등을 근거로 단기 조정이 닥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올해 연간 이익 추정치가 이달 초 179억4,670억원에서 현재 175억8,490억원까지 감소하는 등 여전히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3월 이후 미국·중국의 무역분쟁에 대한 기대감이 소멸하면서 차익실현 매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초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빠르게 진정됐지만 여전한 경기 불확실성, 실적개선 둔화 등으로 인해 증시에서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난해 11월부터 주식시장에서 발을 뺐던 개인투자자가 이달 들어 적극적 투자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개인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970원을 순매수했고 이달 들어 누적 순매수 금액도 1,08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222억원)과 기관(-1,874억원)을 크게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11월 3,716억원, 12월 1조2,338억원에 이어 지난달 3조2,295억원을 팔아치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인투자자가 간접투자인 펀드시장에서 증시 직접투자로 전략을 바꿀 기미도 엿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반 개인투자자가 주로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이달 12일 기준 55조4,519억원으로 연초 대비 3조3,725억원 늘어났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들이 투자하는 공모펀드 중 인덱스 상품인 만큼 연초 코스피지수 회복을 통해 수익을 상당 부분 거뒀을 것”이라며 “펀드 투자로 증시에 대한 기대가 커져 코스피 직접투자에서도 베팅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시 상승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감은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 증가로도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조2,294억원으로 집계됐다. 12일 10조1,02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지난달 16일 이후 18거래일 중 2거래일을 제외하고 매일 증가할 정도로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 회복세가 이어지자 개인투자자들도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도 증시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모멘텀도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기류가 확연한데다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지난해 10월 급락장이 회복되는 과정”이라며 “단기 안도심리가 우세한 만큼 2,350선까지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주희·이경운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