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심층진단-무늬만 기술금융]당국, 기술금융평가 개편 작업 착수했지만...

기술신용대출 정량평가 오히려 확대

은행 "폐지하고 자발적 활성화 유도를"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실적평가 개편 작업에 착수했지만 은행 간 출혈경쟁과 비효율을 막을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행권에서는 기술금융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허수통계를 낳는 평가 자체를 폐지하고 자발적인 활성화 방안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금융위원회가 국내 은행에 제시한 ‘기술금융 실적평가 개편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적재산권(IP) 담보대출과 기술신용대출 중 창업기업 잔액 비중 등이 신설됐고 실적 인정 범위가 6등급(T6)에서 창업기업은 7등급(T7)으로 확대됐다. 다만 기술금융을 평가·관리할 수 있는 은행의 역량을 보는 정성평가는 총점 100점 중 20점에서 17점으로 줄었고 정량평가는 기술신용대출 기업 지원이 45점에서 48점으로 확대되며 80점에서 오히려 83점으로 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금전적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평가지표 개편 자체로는 은행들의 단기실적 집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강하다. 금전적 보상과 페널티를 아예 없애고 포상으로 바꿔 은행이 자발적으로 기술금융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평가 자체가 유지된다면 시중은행들이 단기간에 실적을 늘리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다른 은행의 검증된 기업고객을 데려와 부풀리는 방식을 고수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평가 결과가 낮으면 은행의 해당 부서는 대내외적인 비판에 상당히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홍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기술금융이 실제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체질이 개선돼야 한다”면서 “대출을 공급한 뒤 기업의 성과를 실적평가 척도로 반영하고 기업에 자금이 적절하게 분배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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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은행에 실적을 떠넘기는 구조 또한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업은행들이 기술금융을 맡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면서 “기술평가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기술보증기금의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등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10등급 중 어느 기업이건 기술평가에서 5~6등급을 받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은행이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초기 자금이 필요한 신설기업에 지원하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출에 쏠린 기술금융을 직간접 투자로 다양화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에서 취합한 은행의 의견과 금융연구원의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개편안을 확정한 뒤 오는 9월로 예정된 상반기 평가에 이를 반영할 방침이다.


황정원·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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