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결혼>은 자유를 얻기 위해 결혼을 계획하는 ‘성석’(김동욱)과 내 인생을 찾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해주’(고성희)가 서로의 목적 달성을 위해 딱! 3년만 결혼하는 ‘척’, 같이 사는 ‘척’ 하기로 계약하며 생긴 이야기를 그린 영화.
충무로의 주목받는 신예 감독들이 뭉쳤다. <어쩌다, 결혼>의 박호찬, 박수진 감독이 그 주인공. 박호찬 감독은 영화 <퍼펙트 게임>, <허삼관>의 조감독으로 내공을 쌓아왔고 박수진 감독은 영화 <김종욱 찾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숨바꼭질>, <장산범> 등 다수 영화에서 스크립터로 활약하며 탄탄하게 내실을 다져왔다. 그동안 충무로에 공동 연출의 사례는 많았지만 남녀 감독이 각각 남자 캐릭터, 여자 캐릭터를 맡아 시나리오를 쓰고 하나의 결로 영화를 완성한 것은 기존에 없던 독특한 시도다. 박호찬, 박수진 두 감독은 ‘성석’과 ‘해주’라는 남자, 여자 주인공을 각각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함께 완성했다.
긴 시간을 현장 스태프로 일하며 10년을 알고 지낸 두 사람에게도 공동 집필과 공동 연출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쩌다, 결혼> 시나리오 작업 당시 두 감독은 매일 같은 책상에 마주 앉아서 열 페이지 분량을 써 내려갔다. 박수진 감독은 “말 그대로 바로 옆에 앉거나 서로 마주 보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일단, 쓰는 즉시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으니 객관화가 가능했다. 그 부분이 가장 좋았다”라고 말하며 즉각적인 소통을 공동 집필의 장점으로 꼽았다. 작업을 진행하며 가끔 다툼도 있었다. 두 감독은 “술도 먹지 않고 진하게 화해하는 것은 처음이었다”라며 공동 작업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편, 공동 작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박호찬, 박수진 감독은 ‘성석’과 ‘해주’가 함께 만나고 등장하는 신을 쓸 때는 하나의 모니터를 열어 두고 대사를 주고받으며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리얼하고 말맛 나는 대사를 완성했다. 박호찬 감독은 “공통되는 이야기는 핑퐁게임을 하듯 서로 대화를 나누며 썼다.
이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이나 속도감 이런 것들이 있었고, 그런 부분들이 영화에서도 표현이 된 것 같다”라며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한 시나리오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두 감독은 각자 촬영 분량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스크립터가 되어주었다.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지, 또 어떤 장면을 담길 원하는지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힘차게 오케이 사인을 외칠 수 있었다. 이처럼 서로를 잘 이해하지만 성별이 다른 두 감독의 색다른 케미는 <어쩌다, 결혼>의 섬세한 묘사와 감각적인 연출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남녀 감독 공동 연출을 통해 관객들에게 달콤발칙한 유쾌함을 전할 영화 <어쩌다, 결혼>은 오는 2월 27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