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002320)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KCGI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 측이 3월 주총에서 ‘주주자격’ 문제를 두고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측은 “KCGI가 주주제안을 위한 기본 조건인 6개월 이상 지분 보유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KCGI 측과 상법 전문가들은 “6개월 보유 조건은 선택적 조건”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CGI 측은 주주제안 자격을 따질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 업계 일각에서는 KCGI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한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기간이 8월 28일로 아직 6개월이 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주주 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5년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엘리엇의 지분 보유 기간을 문제 삼아 기각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KCGI는 이런 조건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KCGI 측은 “상법 규정상 6개월 보유 요건은 선택적인 요건”이라며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3다41715 판결)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물산과 엘리엇 분쟁은 당시 (상황에 따라) 이례적으로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누리 측은 “만약 한진칼이 주주제안을 관련 규정(상법 제363조의2)에 따라 처리하지 않을 경우 소송 등을 통해 그 당부를 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KCGI 뿐 아니라 다른 상법 전문가들 역시 지분 3% 이상만 보유하고 있다면 주주제안을 위한 주식 보유 기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상법 전문가는 “상법상 주주 제안은 3%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상장 회사의 경우 특례에 따라 1%(자산 1,000억원 이상은 0.5% 이상)만 보유해도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며 “다만 특례를 적용 받으려면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 하고 3%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 지분 보유 기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진그룹 측이 주총을 통해 주주 제안 자격 등을 문제 삼아 KCGI의 각종 요구를 피해 가기 위해 계속해서 이 부분을 문제 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과거 주주제안 자격이 문제가 돼 주주제안을 철회했던 SC펀더멘털-GS홈쇼핑 사례처럼 KCGI가 스스로 주주제안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KCGI의 주주 제안 자격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한진그룹 측이 KCGI의 요구 조건을 대폭 수용해 한진칼과 ㈜한진의 5개년 계획을 낸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이미 주주제안 자격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이슈는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