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700만원 보이스피싱 막은 '가짜 돈봉투'

대학생 거액 인출 시도하자

은행원 눈치채고 경찰 신고

휴지 채운 봉투로 범인 유인

현장 나타난 현금전달책 검거

2015A26 삽화



“당신을 보이스피싱 사기 혐의로 체포합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지하철3호선 고속터미널역 은행 인근. 경찰이 30대 남성 A씨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A씨 옆에는 하마터면 1,700만원이라는 거액을 잃을 뻔한 대학생이 돈이 아닌 휴지로 꽉 채워진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를 보이스피싱(사기 미수) 혐의로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피해자 B(22)씨는 전날 “당신 명의로 된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범인을 검거해 당신과 공범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서울서부지검 검사를 사칭하는 전화를 받았다. 피의자는 “통장에 있는 돈을 모두 찾아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전달하면 불법 여부를 확인한 뒤 돌려주겠다”며 B씨가 현금을 확보하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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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속은 B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온 돈인 1,700만원을 인출하려고 했으나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한 은행 직원의 신고로 실제 피해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소속 경찰은 ‘가짜 돈봉투’로 A씨를 유인하기로 하고 B씨에게 휴지를 말아 넣어 돈이 가득 든 것처럼 위장한 봉투를 들고 서 있도록 했다. 경찰의 기지로 돈거래 현장에 나타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었다.

경찰 수사결과 A씨는 금감원 직원 역할을 맡은 현금 전달책으로, 보이스피싱 전화를 건 사람과 공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동석 서초경찰서 지능수사과장은 “전형적인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여죄를 파악한 후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금이나 달러로 500만원 이상을 인출하려는 사람은 은행 창구에서 의심해봐야 한다”며 “수사기관이나 금융감독원이라며 공범 여부를 추궁하는 전화 역시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같은 날 서초경찰서는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은행 직원에게 경찰서장 명의의 감사장을 전달했다./오지현·이희조기자 ohjh@sedaily.com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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