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과 청량리를 횡단하는 지하 경전철 건설이 추진된다. 지하철 4호선 당고개∼남태령 구간에는 급행열차가 운행되고, 현재 공사 중인 경전철 신림선은 여의도까지 연장된다.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던 9호선 4단계 추가 연장은 당장은 추진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구축계획(안)’ 용역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서울시는 지역균형발전과 철도교통 소외된 지역을 위해 2028년까지 ▲ 경전철 6개 노선 신설 및 보완 ▲ 경전철 2개 노선 연장 ▲ 지하철 노선 2개 개량 등 비강남권 위주의 총 10개 노선 계획을 세웠다. 총사업비는 7조2,302억원이다. 지상과 지하 어디든 다닐 수 있는 경(輕)전철은 일반 지하철인 중(重)전철보다 전동차 크기가 작고 무게와 수용 인원이 적어 사업비가 지하철보다 30%정도 적게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2차 경전철 계획에는 지난해 발표한 면목선·난곡선·우이신설연장선·목동선 외에 강북횡단선이 포함됐다. 강북횡단선은 25.72㎞ 길이의 19개 역으로 이뤄진 장거리 노선으로 ‘강북의 9호선’과 같은 기능을 한다. 완행과 급행 열차 운행이 모두 가능하다. 동쪽으로는 청량리역에서 1호선·GTX-C·면목선·경의중앙선과 연결되고, 서쪽으로는 5호선과 이어진다. 3호선·6호선·우이신설선·서부선·9호선과도 만난다.
서울시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북횡단선이 북한산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와 자연환경지구를 지나지 않도록 세검정로, 정릉로 하부 등은 대심도 터널을 만들 계획이다. 강북횡단선의 총사업비는 2조546억원이다. 서울연구원의 용역 결과 지역균형발전 효과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경전철 면목선은 기존 신내∼청량리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청량리역에서 강북횡단선과 만나도록 했다. 목동선의 경우 화곡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기존에 지상 구간으로 계획한 서부트럭터미널∼강월초교 구간을 지하화한다. 서부선은 기존 새절∼서울대입구역 구간에 대피선을 2개 추가해 완·급행 열차 운행이 가능하도록 보완하며 남쪽으로 서울대학교 정문 앞까지 연장해 신림선과 환승이 가능하도록 한다. 신림선은 북쪽으로 여의도까지 1개 역을 연장할 계획이다.
기존 지하철 노선도 개량한다. 4호선은 당고개∼남태령 구간에 급행 열차를 운행한다. 역 간 거리가 짧고 속도가 낮아 출퇴근 시 효율이 저하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5호선은 공사 중인 하남선 운행을 고려해 둔촌동∼길동∼굽은다리역을 직선으로 연결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길동과 둔촌동을 오가려면 강동역을 지나야 했다.
이목을 끈 9호선 4단계 추가 연장 노선(고덕강일1∼강일)의 경우 이번 계획에 ‘조건부’로 포함됐다. 서울시는 2021년 강일∼미사 구간과 함께 광역철도로 지정되면 추진할 계획이다. 광역철도 지정은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서울시는 이번 선정에 경제적 타당성 최소 기준(B/C 0.85 이상)을 만족하면서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높은 노선으로 10개 노선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선정에는 지방자치단체 최초 자체적으로 개발한 ‘서울형 지역균형발전 평가지표’를 활용했다. 중앙정부의 평가지표는 전국을 기준으로 놓고 지역의 낙후도를 판단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대도시인 서울시 곳곳의 낙후도를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지역낙후도 판단 기준에서 의사 수, 제조업 종사비율 등 대도시 실정에 맞지 않는 항목을 없애고 동 단위로 분석한 철도 접근성·밀집도를 추가했다.
이번 계획에 포함되진 않았으나 지역균형발전 지수가 높은 난곡선 금천 연장 구간(난향동∼금천구청)과 7호선 급행화 등은 후보 노선으로 선정됐다. 이 노선들은 5년 후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변경을 검토할 때 사업 타당성을 재검증한다.
서울시는 강북횡단선을 포함한 신설 경전철 노선 5개, 4호선 급행화, 5호선 직결화는 재정사업으로 추진한다. 나머지 신림선, 서부선, 동북선, 위례신사선은 기존대로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총사업비 7조2,302억원 중 시비는 3조9,436억원이다. 국비로 2조3,900억원, 민간사업비로 8,966억원을 조달한다. 서울시는 철도건설에 매년 약 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2차 계획으로 새롭게 투자되는 금액은 약 4,000억원이다. 가장 규모가 큰 강북횡단선은 필요하면 시민 펀드 등 별도 재원을 마련해 ‘시민 공유형 재정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2차 도시철도망 계획이 실현되면 철도 통행 시간은 평균 15%, 지하철 혼잡도는 30% 줄어들고 철도 이용이 가능한 시민이 약 40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10분 이내로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현재 63%에서 75%로 증가하며, 철도역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행정동도 기존 170개에서 104개(40.1%→24.5%)로 감소할 것으로 서울시는 예측했다. 이에 따라 철도 서비스의 취약 지역이었던 동북권, 서북권, 서남권 시민의 철도 이용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 분담률은 현재의 66%에서 75%까지 증가해 대기오염이 약 15%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 협의, 시의회 의견 정취, 주민 공청회 등의 절차를 밟아 4월 중 국토부에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계획은 경제 논리에 치우쳐져 있던 철도공급 기준을 교통 복지 측면에서 대폭 개선한 것”이라며 “천만 시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교통 소외지역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