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지분 29.34%에 대한 풋옵션 가격을 놓고 재무적투자자(FI)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가격 등의) 협상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 지연으로 손실을 본 FI들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 제기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신 회장이 직접 협상 여지를 언급한 것이다. 신 회장이 FI들과 법적 소송 등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양쪽 모두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자신이 가진 카드도 있으니 FI들이 풋옵션 가격 조정에 나서면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등 협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신 회장은 20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FI 측과) 협상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FI 측과의 협상 여지를 묻는 질문에 신 회장은 “(FI 측이 협상을 이어가기 원한다면) 우리도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며 “(그러나 FI 측이 협상을 원하지 않으면) 협상을 이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 측은 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 지분에 대한 풋옵션 가격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제시한 것이 이번 갈등의 불씨라는 판단에 따라 안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에 대해서는 “(언론 등에) 소설 같은 이야기가 너무 퍼져 있다. 지금 나오는 것은 다 소설”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FI 측이 풋옵션 가격을 올려받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불신이 팽배해 맞대응할 가능성도 높지만 앞으로 있을지 모를 가격조정 협상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신 회장이 직접 FI 측과 최근 만나 가격협상 등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FI 측이 의지를 보인다면 직접 협상 전면에 나설 수 있다”며 “FI 대표 등과 자주 만나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FI 측은 안진회계의 교보 지분가치 산정 결과를 토대로 풋옵션 가격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풋옵션을 청구한 FI의 총 보유지분(약 600만주)을 감안하면 약 2조4,000억원대 규모다. FI들이 지난 2015년 투자한 1조2,000억원보다 8,000억원 많은 액수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시장에서 평가하는 교보생명의 현 가치가 주당 20만원대 초반으로 IPO 이후 교보생명 가치의 두 배에 달하는 FI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FI들이 그동안 강경대응 일변도를 보인 것은 신 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은 영향도 있다”며 “양쪽 모두가 파국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신 회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면 제3의 해법 등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