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한국 인수합병(M&A) 시장은 거래완료 기준 약 56조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정부의 대규모 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규제강화 정책에 따른 대기업의 포트폴리오 재편, 자금이 몰린 사모펀드(PE)의 활발한 신규 투자기회 모색, 그리고 SK하이닉스-도시바(거래금액 19조8,000억원), SK텔레콤-ADT캡스(2조9,000억원) 등 메가 딜들이 견인한 결과다.
2019년 한국 M&A 시장의 트렌드를 관통할 키워드로는 ‘삶의 질’과 ‘테크 M&A’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전체 가구 수 중 1인 가구 비율이 29%에 달하는 등 가구의 소형화·개인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주 52시간 근무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수준의 한국 소비자들은 개인의 여가와 삶의 질 향상에 더욱더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정보 전문기관인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헬스케어·레저 등의 산업은 지난 7년간 13%의 연평균 성장률(CAGR)로 같은 기간 GDP 성장률 4% 대비 3배 이상 성장해왔다. 건강 관련 기기 산업에서는 안마기·좌욕기 등의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건강가전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으며 이러한 조류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한 VIG파트너스는 2015년에 안마의자 1위 업체인 바디프렌드를 인수, 약 5배 수준의 기업가치 개선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레저·패션 관련 ‘1세대 O2O(Online to Offline) 스타트업’들도 최근 들어 신성장동력을 위한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산업은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한편 2017년 기준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제조업이 피투자 기업의 5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통 제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으로 산업구조의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테크 M&A가 시장 내 격전의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딜로이트가 글로벌 기업 및 PE의 M&A 임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더 스테이트 오브 더 딜: M&A 트렌드(The state of the deal: M&A Trends)’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017~2018년 두 해 연속 기술 획득을 M&A의 제1 동인으로 선택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정보기술(IT) 업체의 자동차 부품사 인수(인텔-모빌아이 등), 완성차 업체들의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인수 등 이종 산업 간의 결합이 활발히 진행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비중이 작지만 최근 기관투자가가 공동 출자하는 기술금융 PE가 조성되는 등 본격적인 테크 M&A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해 성장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규모의 한계에 부딪힌 800여개의 국내 벤처기업·스타트업들 중 옥석을 가려내는 집중적인 투자가 진행된다면 국내 M&A 시장도 글로벌 수준의 질적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