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임지는 사람 없어" "의료진도 공동 피해자"…'신생아사망' 의료진 전원 무죄

법원, "사망과 과실 인과관계 입증 안 돼"

조수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실장 겸 주치의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조 교수 등 의료진 7명 전원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연합뉴스조수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실장 겸 주치의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조 교수 등 의료진 7명 전원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연합뉴스



‘신생아 사망 사건’ 유가족은 ‘아이가 사망했는데 책임진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의료진의 책임 인정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를 기다리던 유가족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재판정을 떠났다.

21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안성준 부장판사)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조수진 교수와 같은 소속 교수 박모씨 등 2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수간호사 A씨 등 5명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결심공판에서 조 교수와 박 교수에 금고 3년을 구형했다. 수간호사 A씨와 심모 교수 등 2명은 금고 2년, 전공의 3년차와 간호사 B 등 3명에 대해선 1년6개월이 구형됐다. 지난달 15일 열린 공판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던 유족 대표는 “아이가 사망했는데 책임진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의료계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원 무죄 선고가 나자 검찰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항소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염관리를 소홀히 한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봤지만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사건과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감염관리 부실 등 의료진의 과실은 인정되나 이런 과실이 영아들의 사망에 직접 작용했다는 인과관계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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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의료진 과실과 신생아들의 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한 번에 사용해야 할 주사제를 수 회에 걸쳐 쓰는 과정에서 오염 위험성이 있음을 알고도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의료진 과실로 봤다. 그러나 △의료진이 감염 방지를 위한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 해도 반드시 주사제가 오염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해당 주사기가 사건 발생 후 다른 오염원인 의료 폐기물과 섞여 있어 다른 곳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동일한 준비 과정을 거친 주사제를 투여받고도 패혈증 증상을 나타내지 않은 신생아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의료진에게 죄가 없다고 봤다.

조 교수 측 변호인은 선고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족들과는 적대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피해자고 서로 사과하고 아픔을 주고받으며 왜 이렇게 됐는지 원인을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공판을 지켜본 유족 대표는 무죄 결과가 나오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서종갑·방진혁기자 gap@sedaily.com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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