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일제강점 역사 잊지 않도록 '기억 투쟁' 이어갈 것

'평화의 소녀상' 조각한 김서경·김운성 부부

기억의 고리 이을 매개체 작품화

대중에 보여주는 게 우리의 역할

독립운동 정신은 과거 유산 아닌

오늘날도 굳건히 지켜야 할 자세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왼쪽), 김운성 부부 조각가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민구기자‘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왼쪽), 김운성 부부 조각가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민구기자



“광복 후 정리되지 못한 일제강점기 역사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역사의 고리를 끊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봐요. 기억의 고리를 이어갈 수 있는 매개체를 작품화해 대중에게 읽히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작업은 일종의 ‘기억 투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억은 끊임없이 사라진다. 그 속에서 잊히지 말아야 할 ‘아픈 기억’을 붙들고 투쟁하는 이들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고발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김운성 부부 조각가가 주인공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의 한 카페에서 부부 작가를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1994년 무명동학농민군위령탑에서 항일독립운동여성상까지 일제강점기를 다룬 공동작품을 만들어왔다. 부부의 작품은 일제강점기 피해자의 아픔을 평범한 소시민의 입장에서 조망했다. 일제강점기를 주제로 다룬 대다수의 작품이 수탈의 잔혹한 참상에 주목한 것과 대비된다. 부부의 작품이 ‘잔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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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중구 정동 배재어린이공원에서 모습을 드러낸 항일독립운동여성상도 마찬가지다. 이제껏 제작된 항일여성상은 대체로 만세를 부르고 투쟁하는 투사로서의 여성을 묘사했지만 작가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교복을 입은 채 독립선언문을 찍어내는 소녀 위로 등을 비추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김서경 작가는 “3·1운동에서 많은 여성이 일상과 독립운동을 모두 책임졌다”며 “긴박했을 거사 전날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 부부는 독립운동정신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간직해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김서경 작가는 “독립은 크게는 국가 간 문제지만 작게 들어오면 개인의 권리”라며 “국가 주권을 넘어 신체·사상·표현 등 개인의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김운성 작가는 “다시는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선조들이 싸웠던 역사를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 2018년 11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2018년 11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36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일제강점기를 주제로 한 부부의 작품에 대해 한민족 고유의 정서인 슬픔보다는 희망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많다. 작품으로 희망을 말하지만 남들에게 쉽사리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도 있다. 일본인들에게도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현지 매체와 여러 차례 인터뷰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보도된 적이 없다. 작가의 답변과 전혀 다른 자막이 화면에 나가는 등 혐한을 조장하는 왜곡보도도 경험했다.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의미는 전하지 않고 작가가 만든 작품이 ‘흉물에 불과하다’며 조롱하거나 ‘외국 공관 보호와 관련한 빈협약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

일본 측의 교묘한 방해에도 부부는 묵묵히 기억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1일 부부는 충북 충주에 세워지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다. 4월27일에는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해 경기 파주 임진각에도 쌍둥이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계획이다. 부부는 “일제강점의 아픔을 함께 겪은 북한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쌍둥이로 만들었다”면서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는 재일조선학교전람회에 출품된 작품을 가져와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떠날 때 김운성 작가의 신발을 보니 한 짝에는 태극기가, 다른 짝에는 인공기가 그려져 있었다. 작가는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평화 신발’”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서종갑·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한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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