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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남성 갱년기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당신이나 나나 같은 갱년기인데 새삼 뭘~.” 50대 초반인 김모 사장은 폐경이 된 아내에게 이제는 여자가 아니라고 놀리다가 이런 얘기를 듣고는 충격을 받았다. 갱년기는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문제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자신도 예전 같지 않게 맨날 피곤하고 정력이 떨어져 걱정하던 차였다. 남성 갱년기에 접어든 것 같았다.

테스토스테론은 스테로이드 계열의 남성호르몬으로 남성다움(macho), 정력(mojo)과 성(sex)을 관장한다. 뇌·피부·뼈·근육·혈액 등 신체 상태를 유지하고 의식·욕망·정신상태를 조절하고 성적 욕구를 비롯해 성 과정 전체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고환에서 주로 생성되고 부신에서도 약간 분비되는데 여성에서도 성기능, 특히 성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 뇌와 고환의 노화로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감소한다. 35세 이후 매년 1%씩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 감소의 위험요인은 음주·흡연·비만·스트레스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다. 남성 갱년기는 여성의 폐경기처럼 급격한 변화는 없지만 테스토스테론 부족으로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성 관련 증상으로는 성욕저하, 쾌감감소, 발기장애 등이 있다. 일반 증상으로 무기력, 피로, 불면증, 안면홍조, 식은땀, 체모 소실, 근력저하 등도 동반된다. 예민함, 불안감, 우울, 집중력 저하 등 정신증상도 나타난다.

“당신, 성질은 좁쌀영감이 됐으면서 목소리는 왜 더 굵어져?” 아내가 60대 중반인 남편을 놀리면서 하는 얘기다.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여성호르몬의 비율이 높아지니까 목소리가 여성스럽게 가늘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성대가 완전히 성장한 사춘기 이후에는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더라도 목소리에 영향은 없다. 나이가 들어 성격이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는 것은 사회적 환경 탓이지 테스토스테론 감소와는 관계가 없다.


테스토스테론 감소는 서서히 진행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었으니 당연한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40대 이후 아무런 이유 없이 피로해지며 성생활이 더 이상 즐겁지 않고 노동으로 생각된다면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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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증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테스토스테론 감소 때문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갱년기 증상이 있고 혈액학적 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져 있으면 테스토스테론 감소로 진단한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가장 높은 오전8~10시께 채혈해 수치를 측정하는 게 좋다. 다만 50대 이후라면 시간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 갱년기증후군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하면 성에 대한 욕구와 성기능이 회복되고 근육량 증가, 체지방 감소, 골밀도 증가, 심장 강화 등 건강에도 도움이 돼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치료에는 바르는 겔 제제, 먹는 약물, 주사제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약제별 특성과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의 관찰과 함께 적절하게 투여해야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귀찮아. 그냥 이대로 살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아보라는 아내의 말에 60대 초반의 남편 최모씨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했지만 생활에 특별한 불편함이 없다면 그냥 지내도 된다. 갱년기 증상의 개선은 의학적 필요보다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이 도움된다면 계속해서 받는 게 좋다. 치료를 중단하면 대개 원래 증상들이 다시 나타나지만 의학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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