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는 허탈할 정도로 초라했어요. 졸업식에서 상을 탄 친구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했죠. 하지만….”
지난 22일 오후 청년창업사관학교 8기 졸업식이 열린 경기도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대강당. 장성은 요크(YOLK) 대표는 후배 창업가들을 위한 강연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던 중에 옛 기억이 떠오른 듯 잠시 울먹였다. 관객석을 가득 메운 후배들이 박수로 격려하자 장 대표는 “혹시 5년 전의 저처럼 당장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좌절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절대 꿈을 잃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나가길 바란다”며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쌓은 경험과 함께했던 사람들이 앞으로 여러분들이 성공하는 데 큰 자산이 돼줄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졸업생인 장 대표가 발표 도중 울먹였던 건 사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후배 기업가들에게서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강연 후 이어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장 대표는 “5년 전 청창사를 졸업할 당시 요크는 평범한 기업이었고 저 역시 아무런 상을 받지 못해 낙담했었다”면서 “하지만 청창사에서 생활하면서 단순 아이디어부터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이 결국 지금의 요크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교류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곳엔 없는 사관학교만의 장점”이라면서 “이번에 졸업하는 청년들은 402명이지만 이 가운데 연단에 나가 상을 받는 사람들은 10%도 채 되질 않는다. 나머지 90%의 예비 사업가들도 지금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여기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꼭 훌륭한 사업가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홍일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학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등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해 졸업생들의 성공을 기원했다.아키드로우, 그럼에도 등 18개 기업은 중기부 장관상과 중진공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이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라면서 “미·중 무역분쟁과 기준금리 인상, 노동시장 변화 등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지금이 청년기업가들에게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파크, 다음, 네이버, 키움증권, 엔씨소프트 등 혁신기업은 외환위기로 국가가 부도위기에 처했을 때 태동했다”면서 “더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발판으로 혁신성장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차관은 “청년창업 사관학교가 창업벤처 요람으로서 새로운 1,000억 기업과 유니콘 기업을 창출해 내는 산실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도 내년까지 10조 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하는 등 지금보다 더 좋은 창업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상업사관학교는 지난 2011년 개교했다. 지금까지 총 2,390명의 청년 창업가를 배출했으며 이들 창업 기업의 매출은 1조8,000억 원이 넘고 고용 인원은 5,600명이 넘는다. 지난해부터는 지방 창업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 수를 기존 5개에서 전국 17개로 확대했으며 청년 창업가 선발인원도 연간 500명 규모에서 1,000명으로 확대했다.
중진공이 지난 20일까지 모집한 제9기 청년창업사관학교에는 5,0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려 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엄격한 평가를 거쳐 최종 1,000명이 선발되며 4월부터 본격적인 창업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선발된 창업자는 총사업비의 70% 이내, 최대 1억 원의 정부보조금과 사무공간을 제공 받는다. 제품제작 인프라·코칭· 교육·판로개척 등도 지원받는다.
/안산=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